[백두대간 트레킹 20차]
[백두대간 조항산 눈꽃 트레킹]
청화산을 목표로 출발했는데 청화산은 간데없고 조항산만 돌고 왔네…
계획은 계획일 뿐, 언제나 그렇듯이 현지 상황에 맞게 대응
코스 : 송면저수지(의상저수지)-조항산-갓바위재-송면저수지
일정 : 2024.01.27-28(토-일)
계획코스 : 송면저수지-갓바위재-청화산(970m)-늘재
소요시간 : 대략 10km로 5시간 정도
들머리 : 송면저수지(충북 괴산군 청천면 삼송리)
날머리 : 늘재(경북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
영지 : 우복동 원적골(문경시 농암면 우복동길)
2013년 8월에 설악산을 출발점으로 하여 백구대간 트레킹을 시작한 이후 20여 차에 이르렀다. 주로 계절별로 2박 3일 일정으로 백두대간의 주요 산을 찾아가서 야영을 하는 코스로 진행했다. 백두대간 종주 산행과 달리 우리는 자연의 풍광을 느끼며 여유롭고 안전하게 즐기는 콘셉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서울과 대구에 살고 있는 대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이동하고 트레킹을 하기에는 당시의 사회적 격리 상황에서는 진행하기 어려웠다.
3년여간의 휴식을 끝내고 본격적으로 다시 대간 트레킹을 시작하기 의해 2024년 1월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 그리고 상주에 걸쳐 있는 백두대간의 청화산-갓바위재를 목표로 트레킹을 준비했다. 그 사이에 우리들의 나이도 40대는 50대가, 50대는 60대가 되고 예전 같이 겨울 백패킹을 2박 3일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가볍게 트레킹을 하고 야영은 산골의 농막에서 불멍과 바비큐로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계획했다.
청화산 일대에는 최근 여러 번에 걸쳐 눈이 내렸고 청화산 정상에는 상고대가 피어있는 것을 도로에서도 보이는 상황이었다. 눈꽃 구경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차량 이동을 고려하여 송면저수지에서 출발하여 늘재로 하산하는 코스를 잡았다. 총 6명이 1월 27일 송면저수지 주차장에 집결했다.
출발은 계획대로였으나 결과는 계획에 없던 조항산 눈꽃 산행이 되었다.
10:08 송면저수지(의상저수지) 주차장 출발
11:38 : 등산로-산판도로 갈림길
11:50 : 중식
13:31 : 산판도로 끝/조항산-송면저수지 능선길 개척
13:50 : 조항산-송면저수지 능선길 도착
14:37 : 백두대간 : 고모치(0.9km)-조항산(0.5km)-송면저수지(3.8km) 갈림길
15:02 : 조항산(951m) 정상 도착
15:20 : 조항산 출발
16:27 : 갓바위재
16:38 : 등산로-산판도로 갈림길
17:50 : 송면저수지 주차장 도착
18:10 : 우복동 도착(후발대 19:00)
총 16km / 8시간 (점심 1시간 소요)
계획은 간단했다. 송면저수지(의상저수지)에서 출발하여 갓바위재에 올라 백두대간 마루금으로 늘재까지 트레킹 하는 것이었다. 대략 10km 거리로 5시간 정도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우복동 농막에서 느긋하게 바비큐에 술 한 잔 하며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계획에 차질을 빚기 시작한 것은 다름 아닌 산판도로(임도)였다. 산판도로에서 벗어나서 등산길로 접어들어야 할 때를 놓친 것이 첫 번째 실수다. 이제는 등산길로 가야 한다는 직감으로 산판도로를 버리고 등산길로 치고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산판도로가 나왔다. 이때 맞은편 등산로를 찾았어야 한다. 사람의 마음은 한마디로 간사하다. 편한 길을 보면 가파르고 좁은 숲길이 보이지 않는다. 한 명도 아니고 6명이 놓쳤다.
두 번째 실수는 잘못된 것을 인지한 후 뒤로 돌아서 다시 찾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이때만 해도 푹푹 빠지는 산판도로 위 양지바른 곳에서 전투식량과 라면을 끓여 먹으며 청화산의 설경을 기대하며 즐거움이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마루금에 올라가면 6명이 함께 모여 식사할 장소를 찾기 어려울 것 같아 조금 이른 감은 있지만 점심을 먼저 먹기로 하고 일부는 식사 준비를 하고 나와 경화는 올라가는 길을 찾기 위해 산판도로의 위로 그리고 아래로 100미터를 내려가 다시 찾아보았다. 스마트폰 네이버 지도에서 보여주는 길과 현 위치가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이나 리본을 찾지 못했다. 점심 먹고 뒤로 돌아 산판도로와 등산길이 만났던 곳으로 갔어야 했다. 한 300미터 아래쪽 방향인데..
세 번째 실수이자 근본적인 실수는 정확하게 지도를 보지 못한 것이다. 스마트폰 지도와 정밀하지 못한 지도에 의지하여 감으로 길을 찾으려 한데 있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고 등산객이 많은 곳이라 길 안내가 잘 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눈여겨보지 않았다. 산판도로가 있다는 생각을 못했고, 안내표지판이 전무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유일하게 본 표지판은 조항산 정상과 대간길 갈림길 두 곳이 전부였다. 아마도 우리 이외에는 이 길로 들어서는 등산객이 별로 없는 모양이다. 인천에서 온 2명의 등산객이 우리와 함께 출발했는데 이들은 우리 보다 정보가 더 없어서 중간에 포기하고 송면저수지로 바로 내려갔다.
이와 같은 실수를 다시 하지 않기 위해 당시의 상황을 복기해 봤다.
1️⃣ 산판도로에서 등산로 이용
2️⃣ 등산로에서 다시 산판도로 만남. 여기서 맞은편 등산로를 찾아 올라갔어야 함
3️⃣ 산판도로와 등산로가 같은 방향으로 여기서 만나는 것으로 착각. 이 주변 앞뒤로 100여 미터 확인
4️⃣ 산판도로 끝까지 간 후 완전히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고 770 봉우리로 비탈길을 가로질러 올라감. 이후 조항산을 돌아 갓바위재에서 송면저수지로 하산
770 봉우리에서 능선길을 따라 조항산으로 올랐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설산 트레킹이 되었다. 오후 1시 50분경 판단이 필요했다. 바로 송면저수지로 내려가자는 의견이 있었다. 청화산 까지 가는 것은 불가능으로 판단했다. 체력 및 야간산행 등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바로 하산하기에는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았다. 그래서 조항산으로 올라가서 원래 가고자 했던 갓바위재까지 간 다음 청화산이 아니라 송면저수지로 하산하는 코스를 잡았다.
951미터 높이의 조항산이 지척에 보였다. 간간이 발목 혹은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을 만났다. 2015년 1월 소백산 고치령에서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종주를 목표로 이런 눈길을 헤치고 전진했던 기억이 났다. 당시에도 계획했던 구간의 일부만 진행한 후 늦은맥이재에서 단양 을전(어의곡리 방향)으로 하산한 기억이 있다. 적설을 헤치고 전진하는 러셀(russel)은 힘이 든다. 다행스럽게 조항산은 짧은 구간이고 눈의 깊이가 깊지 않았다. 그저 푹신푹신할 정도로 적당 했으며 일부 암릉 구간이 있어서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2시 37분. 드디어 안내표지판을 만났다. 백두대간 마루금에 들어선 것이다. 이정표에는 고모치(0.9km), 조항산(0.5km), 의상저수지(3.8km)의 방향과 거리를 알려주고 있었다. 갈림길에서 조항산까지는 500미터인데 20여분 걸렸다. 조항산 쪽에서 대야산 방향으로 이어지는 대간길의 북쪽인 괴산과 남쪽인 문경의 산세와 풍경은 확연히 달랐다. 괴산 쪽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쌓여있는 눈을 배경으로 앙상한 나뭇가지만 보였지만 문경 쪽은 음지로 눈꽃을 피우고 있었다. 마루금 양쪽으로 확연히 다른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3시 가까이 되면서 발걸음이 무거워졌다. 해가 넘어가지 전에 하산을 해야 한다는 마음에 한걸음 한걸음 발길을 재촉했다.
3시경 조항산(951m)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석은 앙증맞을 정도로 작았다. 잠시 휴식을 하기로 했다. 점심 이후 제대로 휴식을 못했다. 기념사진도 찍고 간식도 먹으며 약간의 여유를 가지고 앞으로 지나가야 하는 길을 고민했다. 갓바위재까지만 가면 그다음은 하산하는 길이고 오전에 올라왔던 산판도로를 만나 내려가면 되지만 이 산의 이정표가 잘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 신경이 쓰이기 시작했다. 다시 방향을 잡고 내려가는데 바로 앞에 낭떠러지 같은 높이의 막다른 길과 저 멀리 마을이 보였다. 다시 확인하고 바로 뒤로 돌아섰다. 같은 실수를 하면 안 되니까. 이 길은 문경시 농암면 궁기리로 바로 내려가는 길이다. 하마터면 또다시 알바를 할 뻔했다.
정상석 주변에서는 조망이 별로다. 조항산 오르기 전에는 괴산 쪽과 대야산이 잘 조망되고 조항산을 지나 갓바위재로 조금만 내려가면 전망대 같은 넓은 공간에서 청화산과 시루봉, 그리고 속리산 능선 전체를 볼 수 있다. 야영을 하기로 한 우복동은 청화산과 시루봉 사이에 있는 원적골이다. 우복동 들어서면서 마주하는 시루봉과 청화산을 저 멀리 조망할 수 있는 멋진 전망대라고 할 수 있다. 뒤로 돌아 올려다본 조항산은 암석과 나무들로 웅장했다. 겨울 햇살을 받아 더욱 또렷하게 보였다.
이 구간이 암릉구간이라는 것은 하산 후 복기하기 위해 다른 지도를 보면서 알게 되었다. 겨울철이 아니면 크게 위험한 구간은 아니다는 생각이다. 아이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역시 크게 위험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겼다. 안전 로프가 있으면 좋을 것 같은 곳이 한 두 군데 있었다. 다리가 짧아서 조금 어려웠던 것뿐이다. 이 구간을 지나며 속도를 냈다. 하산을 시작한 지 1시간 정도 지났고 4시 반이 되어가고 있어서 더욱 조급해졌다.
한참을 무심히 걷고 있을 때 마루금 양쪽으로 많은 리본이 달려 있는 것을 보았다. 왜 여기 이렇게 많이 달려있지 하면서 조금은 의아해하며 빠르게 지나쳤다. 그렇게 5분여 정도 더 전진을 하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어플을 켜보니 갓바위재를 지났다. 아니 재의 느낌이 드는 곳을 보지 못했는데.. 이때 생각났다. 바로 그곳. 리본이 많이 있었던 그곳이 의심스러웠다. 바로 돌아섰다. 다시 실수하면 안 되는 생각으로 후미의 후배들에게 정지 신호를 주고 빠르게 그곳으로 향했다. 그곳이 바로 갓바위재였다. 찬찬히 돌아보니 나무에 어느 산악회에서 걸어둔 이정표가 보였다. 방향이 문제였다. 조항산에서 청화산 방향으로는 그냥 지나칠 정도였고 나머지 방향에서는 고개만 들면 바로 보이는 위치였다. 총명함이 떨어진 것인지 유독 이번 트레킹에서는 길 찾는 데 어려움이 있다. 오랜만에 백두대간에 들어오니 긴장이 풀려서 그런 건가.
다행히 갓바위재를 확인하고 송면저수지로 다시 방향을 잡았다. 이제부터는 빠르게 그러나 안전하게 하산해야 한다. 갓바위재에서 10분 만에 등산로에서 산판도로를 만났다. 다시 이야기하면 이곳에서 넉넉 잡아도 20분이면 올라갈 수 있는 갓바위재를 우리는 산판도로를 따라 돌고 돌고 또 돌아 거의 4시간(점심시간 1시간 제외)이 걸려서 갓바위재에 도착했던 것이다. 이곳에서 바로 갓바위재로 갔었다면 원래 계획했던 청화산을 거쳐 늘재로 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역설적으로 판단 착오와 실수로 조항산 눈꽃 산행을 했으니 이 또한 행운이 아니겠는가.
이 갈림길 산판도로에서 일행 모두 다 도착할 때까지 기다렸다. 이미 오전에 등산로로 올라왔던 그 길로 갈 것인지 아니면 산판도로를 따라갈 것인지 고민을 했다. 송면저수지 주차장에는 두 대의 차량이 있기 때문에 나와 경화는 먼저 내려가서 우복동에 미리 도착하여 장작불을 피우고 바비큐 준비를 하고 나머지 4명은 걷는데 불편함이 있으니 편한 길인 산판도로를 따라오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구했다. 우리는 등산로로 나머지는 산판도로로 내려가는 것으로 하고 우복동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우리는 5시 50분 주차장에 도착했고 후미는 6시 23분 도착했다. 대략 30분 정도의 차이가 났고 우복동에 도착하는 기준으로는 거의 1시간 정도 차이가 났다. 우리가 저수지에 도착할 때는 일몰 직전이었다. 석양의 노을이 하늘과 저수지 얼음 위로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이 또한 행운이 아니겠는가.
우복동 농막은 원적골에 있다. 청화산 남쪽이고 원적사 아래다. 청화산을 오르는 가장 짧은 등산코스로 이용되는 곳이지만 이번에는 백두대간을 간다는 의미가 컸기 때문에 갓바위재-늘재를 코스로 잡았다. 계획에 없던 조항산으로 가면서 청화산에 들르지 못한 그 청화산 아래쪽이다. 농막에 화로대와 바비큐 장비, 그리고 지난가을 캠핑을 하면서 남겨 놓은 장작으로 몸을 녹이고 바비큐와 독주로 마음을 녹였다. 약간의 추위는 있었지만 오랜만에 다시 만난 대원들과 늦은 저녁시간까지 담소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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