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기반마케팅]
사회행동학자인 배리 슈워츠 교수는 <선택의 패러독스>에서 “너무 많은 선택지가 오히려 소비자로 하여금 최종 선택을 주저하게 한다.”라고 했다. 우리는 선택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내가 원하는 것을 고를 수 있어서 더 좋다는 통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의식적으로 선택지에 대해 비교 평가를 하면서 신중하게 판단하는 활동은 오히려 우리의 두뇌에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며 고통을 안겨준다. 소비자 관점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간단한 방법은 누군가로부터 추천을 받는 것이다.
만약 소비자의 취향에 더 정확하게 초점을 맞추어 추천을 할 수 있다면 소비자는 보다 쉽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알고리즘에 의한 머신러닝(인공지능)으로 이런 추천을 할 수 있다. 알고리즘은 어떤 문제를 푸는 일련의 단계들을 의미하며 주어진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절차다. 이런 단계와 절차, 그리고 패턴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바로 알고리즘이다. 빅데이터는 이 알고리즘을 만들기 위한 재료다. 빅데이터에서 어떤 패턴을 찾고 그 패턴을 알고리즘으로 구현하면 다양한 예측에 활용할 수 있다. 알고리즘을 이용해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분석 결과를 스스로 학습한 후 이를 기반으로 어떠한 판단이나 예측을 하는 기술을 머신러닝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빅테크 기업들이 예측한 결과를 바탕으로 추천 시스템을 만들어 소비자의 구매 편의성을 높이고 구매 만족도를 향상시키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매출향상과 고객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와 아마존이 있다. 넷플릭스는 시청한 영화의 75%가 추천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아마존은 매출의 35%가 예측 엔진에 의한 추천 상품에서 나온다고 한다.
우리는 필요한 정보를 어떻게 얻고 있을까? 필요한 제품을 어떻게 찾고 있을까? 지금은 한 품목에 너무 많은 상품이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정보의 홍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럴 때 추천은 소비자로 하여금 에너지 소모를 줄여주는 굉장히 편리하고 매력적인 방법이다. 나의 취향에 맞는 상품이 추천된다면 바로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기 어려울 것이다.
소비자의 검색을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만들어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는 소비자의 소비행태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에는 협업 필터링과 콘텐츠 필터링이 있다. 협업 필터링에는 나와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은 나도 좋아할 가능성이 높다는 가정 하에 많은 사용자로부터 얻은 취향 정보를 활용한다. 바로 집단 지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아마존의 상품 추천을 생각해 보면 된다. 예를 들어, A 상품을 구매한 사용자가 함께 구매한 다른 상품들을 보여주는 식이다.
그리고 콘텐츠 필터링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예를 들어, 영화를 보고자 할 때, 내가 좋아하는 감독, 장르, 키워드의 영화를 찾아보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콘텐츠'에 집중한다. 이 방식은 소비패턴이 뚜렷할 때 효과적이다. 즉, 사용자가 기존에 소비하던 아이템과 유사한 아이템을 소비하는 경우로 유사도를 기준으로 추천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와호장룡>을 검색했다면 유사한 콘텐츠인 <엽문>을 추천해 준다.
이와 같이 사용자의 취향이나 유사성을 기준으로 추천을 통해 마케팅을 하는 방식은 온라인 기반 비즈니스의 일반적인 방법이 되고 있다. 다만 추천 알고리즘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가 있어야 하고, 빅데이터 분석과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이터 과학자가 있어야 한다. 또한 데이터를 이해하고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 마인드가 전사적으로 형성되어야 성공가능성이 높다.
빅데이터를 통해 소비성향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특정 소비자에게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는 시스템은 결국 예측 분석에 해당한다. 알고리즘과 예측 분석에 의한 추천 시스템은 결국 예측 마케팅이다. 예측 마케팅은 모든 고객접점에서 더 의미 있는 고객경험을 제공하고 고객의 로열티도 높이고 기업의 수익도 향상시킬 수 있다. 신용 대출, 보험 상품 제안, 고객이탈 방지, 사기 탐지 등 예측을 통한 다양한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알고리즘을 이용한 신용 대출에 대해 살펴보자. 글로벌 핀테크 기업 렌도(Lenddo)는 금융 거래가 거의 없어서 기존의 신용평가제도에서 소외된 계층도 대출을 받을 수 있는 SNS 기반의 개인 신용도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대출 상환율은 약 9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도 금융 데이터와 비금융 데이터를 기반으로 신용평가 알고리즘을 개발하여 신용 예측을 보다 정교하게 한다면 중·저신용자 및 소액 대출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KB손해보험은 과거 자동차 사고데이터를 분석해 복잡한 사고 패턴을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유입 고객의 사고발생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자동차보험 AI 자동심사 시스템’을 머신러닝으로 개발했다. 이를 활용으로 기존에 인수가 어려웠던 고객 중 향후 사고발생 확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고객에 대해 별도의 대기시간 없이 계약 체결을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고객 편의성을 높이고 업무 효율화로 대고객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메리칸 뱅커(American Banker) 지는 2022년 은행업의 5대 디지털 트렌드 중 하나로 초개인화를 선정하기도 했다. 초개인화란 실시간으로 소비자의 상황 및 취향 등을 파악하고 이해해 상품과 서비스를 준비하는 것이다. 개인의 금융행동 패턴을 분석 및 예측하는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고객의 경제생활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초개인화 뱅킹 서비스가 가능해지고 있다.
아일랜드 중앙은행(Bank of Ireland)은 넷플릭스의 특징인 구독과 추천을 활용하여 금융 서비스에 개인화 마케팅을 적용했다. 우리는 은행에서 계좌이체를 할 때마다 수수료를 내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오랫동안 그렇게 해왔고 전통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일랜드은행은 의문을 품었다. 구독을 하면 월에 일정한 금액을 내고 모든 서비스를 수수료 없이 통합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은행은 새로운 상품이나 프로모션 중인 상품 중에서 고객에게 필요한, 고객 맞춤형의 금융 상품을 추천한다. 즉, 넷플릭스처럼 정보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 초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우리은행은 고객 한 명 한 명의 온·오프라인 고객 여정과 행동 로그 정보, 마케팅 성과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고객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영업을 하는 ‘고객 데이터 플랫폼(CDP)’을 구축했다. 은행의 대면·비대면 채널을 접속하기 전부터 고객의 특성을 분석하고, 고객의 업무를 처리한 이후에도 고객반응과 성과를 학습해 더 수준 높은 개인화 마케팅을 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이미 일상생활 속에서 어떤 영화를 볼지, 어떤 동영상을 볼지, 무엇을 구매할지 등에 대해 넷플릭스, 유튜브, 아마존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고 있다. 이러한 추천 시스템은 우리의 소비 패턴과 행동을 파악하여, 무엇을 앞으로 더 좋아할지 예측하여 추천을 한다. 고객이 제공한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금융 분야는 다른 산업분야보다도 더 많은 고객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 이미 마이 데이터 관련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의 가치를 창출하고 경쟁우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이용한 마케팅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특히 고객의 취향과 경험이 중시되는 트렌드를 반영하여 개인화, 나아가 초개인화 마케팅을 해야 한다.
그러나 고객은 개인정보의 유출에 대해 여전히 불안해한다. 그리고 알고리즘에 대한 부작용도 존재한다. 잘못 짜인 알고리즘은 엉뚱한 피해를 만들어낼 수 있다. 고객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과 데이터 관리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디지털 마케팅을 통해 고객의 가치를 창출하는데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은 이제 실제적으로 유용한 재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