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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추보 구자룡 Apr 15. 2024

봄의 향연

우복동

문경 청화산 원적골 아래 우복동에 봄이 왔다.

맹추위와 폭설을 견디고 다시 꽃을 피우고 또 피우려 한다.


때를 맞춰야 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하나하나 이름을 알게 되면서 더욱 애정이 간다.


원래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식물도 있고

이곳에 터를 잡으며 심은 것도 있다.


주인이 있든, 주인이 없든, 꽃들은 그들의 시간에 맞춰 피고 진다.

이제는 한 울타리 안에서 함께 꽃을 피우는 벗이 되고 있다.


자주 오지 못하니 더 자세히 보고, 더 오래 보게된다.

봄이 주는 상큼함을 더 자세히 더 오래 보고 싶어서....


수선화. 작년에 옮겨 심었다. 이제야 꽃을 피운다. 그것도 달랑 두 송이. 나머지는 뭐 하고 있을까? 두 송이만이라도 꽃을 피워줘서 고맙고 또 대견하다.



돌나물. 식용과 관상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아직은 너무 어려서. 다음에 갈 때 먹을 수 있으려나.



송엽국. 서서히 생기를 찾고 있다. 꽃은 한참 있어야 필 것 같다. 작년에 꽃이 필 때 처음으로 이름을 알았다. 



달래. 농지 주변 길에 있어서 발길에 차일 수 있을 것 같아서 옮겼는데 정착을 하는 느낌이다. 번식을 하니 이 정원에 달래가 넘치기를 기대해 본다.



냉이. 작년에 뿌린 씨앗이 흘러 흘러 이곳까지 왔다. 흩어져 있는 냉이를 찾아 이 정원으로 옮겨 심었다. 이제 어느 정도 정착을 한 것 같다. 내년에는 냉잇국을 먹을 수 있을까.



두릅. 2년 전에 아래쪽 밭에 있던 두릅의 뿌리와 줄기를 옮겨 심었다. 올해 드디어 채취했다.



매화. 작년 애벌레의 공격에 몸살을 알았는데 꽃을 피웠다. 만개한 이후가 되어 겨우 몇 송이만 볼 수 있어서 조금 아쉽다.



머위. 2년 전에 해발 650미터 원적사 아래에서 분양받아 심어 놓았는데 겨울을 잘 이겨내고 꽃대까지 나왔다. 이 주변이 아예 머위밭으로 변할 수도 있겠다. 데쳐서 무침으로 먹으면 참 좋은 건강식이다. 다만 머위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로 한 달을 고생했던 기억이..



라일락. 3년 전에 들여온 나무다. 서울은 벌써 라일락이 지고 있는데 여기는 이제 꽃망울을 피우려 한다. 이곳은 겨울이 길고 혹독하다. 따뜻한 남쪽나라를 찾아서 왔는데 실상은 철원 정도의 겨울인 것 같다. 라일락 향을 맡지 못하고 떠나야 하니 마음이 아프다. 다음에 올 때는 이미 꽃이 지고 없을 것 같다.



민들레.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른다. 3일 만에 꽃잎이 다 떨어지고 갓털이 날아갔다.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농지에서 봄의 향연을 함께 하는 민들레는 다르게 보인다.



아로니아. 맞다. 바로 슈퍼푸드다. 여기 농지를 구입할 때 아로니아를 재배한다고 했을 때 모두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아로니아 삽목 2년생 50그루를 구입하여 3년 전에 심었다. 이제 겨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거꾸로 꽂아 놓아도 산다고 했는데. 물론 죽지는 않았지만 생육 환경이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올해는 이 밭에서 슈퍼푸드를 딸 수 있을 것 같다.



명이(산마늘). 3년 전 홍천에서 재배된 모종으로 10년생 100주(촉)를 구입하여 심었다. 겨우 5주가 살아남았다. 심은 첫해 2주 만에 고라니에게 헌납하고 겨우 목숨을 부지한 모종을 2년에 걸쳐 찾아 둘레망 속에 옮겨 심었는데 올해 처음으로 명이나물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애지중지 가꾼 덕분이다. 살아줘서 고맙다. 명이야.



제비꽃.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지만 그래도 반갑다. 광명의 도덕산 산책길에서도 자주 봤던 꽃이다. 그래서 더 반가운지도 모르겠다. 



도라지. 이곳에 심은지 3년째다. 올해는 수확을 해야 할 것 같다. 도라지꽃은 언제나 예쁘다. 그렇지만 더 이상 두면 뿌리가 썩을 것 같다. 썩지 않고 살아남은 도라지를 수확할 날을 기대해 본다.



개나리. 농지를 매입한 다음 해 봄에 삽목 2년생 100주를 영동 옥천에서 구입해서 심었다. 세 번째 봄을 맞이해서 2주째 노란 꽃을 피우고 있다. 일반적인 조경용은 이 정도에 300주를 촘촘히 심는데 그것을 모르고 30센티미터 정도 간격으로 심었다. 그래도 얼추 앞가림도 하고 밋밋한 장소를 화사한 노랑으로 물들일 수 있어서 좋다. 이곳에 심은 나무들 중에서 유일하게 잘 자라고 있고 꽃을 피워 대단히 만족스럽다. 특히 노란 꽃을 피운 개나리는 청춘시절부터 가장 좋아하는 꽃과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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