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5, 6번 지침들

by 교준

4. 책을 사면 면지에 구매 이유를 메모하라


책을 사고 난 다음 바로 할 일은, 책의 면지에 내가 이 책을 언제, 어디서, 왜 샀는지 그 이유를 적어두는 일이다. 책을 산 뒤, 구매 이유를 적어두지 않고서 그냥 책장에 꽂아두면 나중에 다시 책을 펼쳐 들었을 때 책을 읽어야 할 이유를 잊어버리기 쉽다.

책을 산 이유, 즉 ‘맥락’을 놓치게 된다. 맥락을 염두에 두고 책을 읽으면 더욱 재미있게 알차게 읽을 수 있다. 당장에 책을 읽지 않더라도 꼭 책을 산 이유를 적어두자. 나중에 다시 책을 폈을 때, 어떤 맥락과 이유에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 바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책을 펼치면 먼저 머리말을 읽고 목차를 훑어보라


머리말은 그 이름과는 달리, 저자가 책을 쓸 때 가장 나중에 쓰는 글이다. 맺음말까지 다 쓰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책을 쓰는 목적과 책의 내용, 구조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머리말에는 다음의 내용이 들어간다. ① 저자가 책을 쓰는 ‘목적’, ② 책을 쓸 때 ‘문제의식’, ③ 책을 통해 이야기하려고 하는 ‘세부 내용’, ④ 그 내용을 효과적으로 이야기하기 위한 ‘방법’, ⑤ 독자가 책을 읽었을 때 기대하는 ‘효과’ 등. 목차를 보면 책을 구조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동시에 이런 내용들이 머리말에 담겨있지 않은 경우, 책의 내용에 대해 다시 한번 의심할 수도 있겠다)

목차는 책의 뼈대에 해당한다. 목차를 훑어보면서 대략 어떤 내용이 어떤 흐름으로 전개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저자들은 목차를 만드는 데 오랜 시간과 큰 힘을 쏟는다) 머리말에 나와 있는 책의 내용과 전개 방법이 실제 본문과 일치하는지, 어긋나지는 않는지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이렇듯 책을 읽을 때, 곧바로 본문을 읽는 것이 아니라 머리말과 목차를 살펴봄으로써 책을 전체 맥락 속에서 파악할 수 있다. 책을 구조적으로 읽을 준비가 된 셈이다.


6. 책을 최대한 지저분하게 보라


본격적으로 독서를 하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내용이 있다. 책을 최대한 ‘더럽게’ 보라. 눈으로만 훑어보지 말고, 나의 흔적을 최대한 많이 남겨 놓자. (당연히 빌린 책은 예외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과감히 밑줄치고, 여백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메모하고, 이해가 가지 않는 질문들을 남겨두자. 그렇게 내 책으로 만들자. 나의 눈길과 생각의 흔적들을 남기지 않고 책을 읽는 일은, 마치 음식을 먹을 때 입속의 음식물을 잘게 씹지 않고 그냥 삼키려고 하는 것과 같다. 당연히 소화불량에 걸린다.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 없이 모두 휘발되어 버린다.

이에 덧붙여, 메모할 때에는 내용과 개념, 맥락 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도록 메모하라. 이를테면, “나는 �깊이에의 강요�를 읽었다. 여자 주인공이 불쌍했다”라고 쓰기보다는 “여자 주인공은 평론가가 이야기한 ‘깊이’라는 단어에 매몰되어 파멸해 갔다. 그런데 사실은 ‘깊이’라는 단어가 아니라 ‘깊이’라는 단어 뒤에 숨어있는 사람들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었다. 그들이야말로 ‘깊이’가 없었다”라고 쓰는 것이 더욱 좋다. 이렇게 적어야 나중에 다시 찾아볼 때 자신이 어떤 문제(개념)에 집중해서 내용을 읽었는지, 그렇게 생각했던 이유와 맥락을 놓치지 않고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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