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만남으로서 독서’를 생각하자

by 교준

독서는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 저자는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그의 말에 귀 기울여 보자. 어떤 상황에서 무엇이 그토록 답답했기에 굳이 이렇게 수많은 글자를 모아서 자기 생각을 구구절절 적어놓았을까? 우리의 독서는 이런 관심에서 출발했다. 그리고 독서에 관한 몇 가지 방법들을 함께 나누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런 방법들을 가지고 책을 읽어야 하는가? 바로 ‘정신의 성장’을 위해서다. 저자의 생각을 읽고 내 생각을 확인하는 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책을 둘러싼 여러 만남을 통해서 정신을 자라나게 하기 위해서다.

이때의 만남은 세 가지 차원이 있다. 첫 번째로는 ‘저자와 독자의 만남’이다.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면서 내 생각과 어울리고, 부딪히는 지점을 살펴보자. 저자의 생각과 내 생각이 ‘어느 지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이유’로 만나고 헤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저자의 생각과 내 생각을 더욱 또렷하게 확인하는 과정이다.

두 번째로는 ‘책을 읽기 전의 나’와 ‘책을 읽고 난 후의 나’의 만남이다. 책을 읽으며 새롭게 자라는 생각을 가진 나와 기존의 고정된 앎의 체계를 가지고 있던 내가 함께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다. 이것은 기존의 앎의 체계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생각으로 대체하는 과정이 아니다. 그렇다고 새로운 생각을 무리하게 조작해서 기존의 일관된 앎의 체계에 일방적으로 포섭되는 과정도 아니다. 이 새로운 생각과 기존의 앎의 체계는 서로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새로운 생각은 기존의 앎의 체계를 변형시키는 자극이 되고 기존의 앎의 체계는 새로운 생각을 변형시키는 자극이 된다. 이렇게 서로 자극받고 변형되는 과정이 바로 ‘성장’이다.

마지막으로는 ‘너와 나의 만남’이다. 책을 가운데 두고 독자들이 모여 대화하는 것이다. ‘책’(저자)과 ‘나’(독자)의 대화, ‘읽기 전의 나’와 ‘읽고 난 후의 나’ 사이의 대화가 개인에 머무르는 활동이었다면, 너와 내가 만나서 책을 두고 대화하는 일은 더 적극적이고 과감한 만남이다. 앞에서는 한 개인의 차원에서 책을 만나고 자라남을 도모하는 과정이라면 너와 내가 만나서 나누는 대화는 하나의 세계와 다른 세계가 만나 어울리고 부딪혀서 단지 앎의 차원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전(全)인격적 성장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현실에서는 이러한 만남의 차원들이 칼로 두부 자르듯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고 한데 어우러져 유기적으로 일어난다. 또한 이 만남은 단번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책의 내용과 난이도, 독자의 수준과 처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결국 책을 읽는 일은 검색창에 단어를 집어넣어 튀어나오는 지식을 확인하는 일이 아니라, 두 사람이 만나 어떤 문제를 두고 이리저리 돌아보며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과정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한 인간을 길러내는 데에 중요한 요소이다. (직·간접적인) 인격적 만남만이 인격적인 성장을 가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3. 개념 카드를 만들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