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기상천외한 방법들

믿거나 말거나 같지만, 웃어넘길 수 없는 예측 방법들

by 아이호퍼

선거 결과를 놓고 한 번쯤은 내기를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방법은 실로 다양하다. 손쉽게는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매일매일 발표하는 여론조사 추이를 분석하면 된다. 복잡하지만 인구통계 데이터나 예비경선 결과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고, 경합주(swing states)의 표심을 분석하는 방법도 있다.


미국인들이 대통령 선거를 예측하기 위해 활용하는 ‘믿거나 말거나’ 같지만, 그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몇 가지 기상천외한 방법이 있다.

▲ <Spirit Halloween> 사이트에서 판매한 2020년 핼러윈 마스크


핼러윈 마스크는 알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선을 일주일여 앞둔 시점에서 핼러윈 마스크 판매량을 대통령 선거 예측 지표로 활용하기도 한다. 미국 전역에 판매점을 둔 의상업체 ‘스피릿 핼러윈’Spirit Halloween의 핼러윈 마스크 판매량이 더 많은 후보가 1996년 이후 모두 백악관에 입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일한 예외는 2020년 선거였다. 트럼프의 핼러윈 마스크(66%)가 바이든의 마스크(34%)보다 2배 가까이 더 팔렸다. 4년 전인 2016년엔 트럼프 마스크가 55%로 힐러리 마스크의 45%보다 판매량이 앞섰다. 2012년엔 오바마 마스크가 63%로 37%인 롬니 마스크보다 판매량이 훨씬 많았다.

확률이 곧 신이다
미국에서는 불법이지만 해외에서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를 놓고 온라인 도박판이 벌어진다. 판돈 규모도 엄청나다. 2020년 대선에선 영국의 베팅업체인 <Betfair.com> 한 군데서만 5억 7,600만 파운드가 배팅되었는데, 이는 2016년의 세 배 규모라고 한다. 판돈은 선거 판세가 미궁으로 빠질수록 더욱 커진다.

2000년 이후 도박사들은 대선 결과를 모두 정확히 예측했다. <Betfair.com>만을 놓고 보면, 2004년 부시와 케리가 맞붙은 대선에선 90% 이상이 부시에게 배팅했다. 2008년과 2012년에도 90% 이상의 돈이 오바마로 몰렸다. 2016년 선거에선 트럼프 당선에 더 많이 돈이 베팅되고, 2020년에는 바이든에게 전체 판돈의 66%가 베팅되었다. 어떠한 여론조사나 과학적 분석보다도 정확했다. "우리의 운명은 확률에 의해 좌우되므로 확률이 곧 신이다”라는 로마 철학자 플리니의 말을 되새겨 봄직하다.


재밌는 것은, 2020년에는 대선이 끝난 지 열흘이 지나도 정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트럼프의 대선 불복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패배한 후보의 승복연설이 나오고 이를 언론이 공식적으로 보도한 후에 정산이 이루어진다.


7-Eleven의 법칙

▲ 2016년 대선 당시 <7-eleven>에서 판매한 커피 컵

‘7-Eleven’은 편의점 이름이다. 이 편의점 회사에서는 2000년부터 대선이 있기 전 약 2달 전에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색의 1회용 종이 커피 컵과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의 커피 컵을 출시하고 있다. 2000년과 2004년에는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 컵이, 2008년과 2012년에는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 컵이 더 많이 팔림으로써 3번의 대선 결과를 정확히 맞췄다. 이로써 ‘7-Election’이라는 용어까지도 생겨났다. 하루에 백만 개 이상의 컵이 소비된다고 하니, 매일 백만 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2016년에는 빨간색과 파란색 컵 외에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사람을 위해 보라색의 “Speak Up” 컵을 출시했다. 자신의 정치적 선호를 밝히기를 주저하는 소위 ‘수줍은 유권자’shy voters를 위한 배려였다. 2016년 결과는 31%가 파란색 컵을, 29%는 빨간색 컵을 선택했고, 가장 많은 40%는 보라색 컵을 선택했다. 어쩌면, 보라색 컵은 ‘둘 다 싫어 컵’이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계올림픽의 법칙
1960년 이후 하계올림픽 주최국과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가 일치를 이루는 경우가 많았다. 대통령 선거가 있는 해에 올림픽을 개최하는 국가가 올림픽을 개최한 적이 있으면 집권당이 일반 유권자 투표(popular vote)에서 승리했다. 최근인 2000년과 2016년 대선처럼 일반 유권자 투표에서 승리했더라도 선거인단 투표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 반대로, 해당 국가가 하계올림픽 개최가 처음인 경우에는 집권당이 일반 유권자 투표에서 패배했다.


예를 들면 이렇다. 이탈리아가 하계올림픽을 처음으로 개최했던 1960년에는 민주당의 케네디 후보가 집권당인 공화당의 닉슨 대통령을 이겼다. 반면, 2012년에는 영국이 하계올림픽 개최국이었는데, 이미 3차례(1908년, 1944년, 1948년) 개최한 적이 있었고, 이때는 집권당인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의 롬니 후보를 이겼다.


일본과 관련해선 복잡해진다. 일본은 1964년 하계올림픽을 처음으로 개최했는데도 집권당이 수성을 했다. 당시 존 F 케네디의 암살 이후 대통령을 승계했던 민주당의 린든 존슨 대통령이 야당인 공화당의 배리 골드워터를 넉넉하게 이겨 백악관을 지켜낸 것이다. 하계올림픽의 법칙이 틀린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일본은 1940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하기로 했었지만, 중국을 침공함으로써 하계올림픽이 취소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두 번째 하계올림픽 개최국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일이 2020년에도 일어났다. 일본은 2020년 하계올림픽을 또다시 개최하게 되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연기하게 되었고, 선거 결과는 집권당인 공화당의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바이든 후보에게 패배했다.

쿠키대결.jpg ▲ 2016 대선 당시 공개됐던 멜라니아(좌)와 클린턴 가족(우)의 쿠기

쿠키 대결

대선 때마다 벌어지는 쿠키 대결은 1992년부터 시작됐다. 후보자의 배우자가 내놓은 요리 법대로 네티즌들이 쿠키를 구운 후 온라인으로 투표를 하는 방식이다. 시작은 힐러리 클린턴의 ‘쿠키 발언’때문이다. 클린턴이 <Family Circle>이라는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집에서 쿠키를 굽고 차를 마실 수도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남편이 공직 생활을 시작하기 전 발을 들여놓은 내 직업을 완성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한 게 계기가 됐다. 당연히 주부들의 반발을 불렀다. 하지만, <Family Circle>은 힐러리의 문제 발언을 흥미로운 쿠키 대결로 승화시켰다.


대선 적중률도 꽤 높은 편이다. 지금까지 일곱 차례 이뤄진 대결에서 승자의 배우자가 대선 승리까지 거머쥔 사례가 다섯 번이나 된다. 쿠키 대결에서 이기고도 대통령이 되지 못한 후보는 2008년 공화당의 존 매케인과 2016년 힐러리 클린턴뿐이다. 재밌는 것은 힐러리 클린턴은 쿠키 대결에 3번이나 참가했다는 점이다. 결과는 3전 3승이었다. 쿠키 대결은 물론 실제 대선 레이스까지 모두 선수로 참가한 2016년엔 쿠키 대결에선 이기고도 정작 대선에서는 패배했다.


아쉽게도 쿠키 대결은 2020년에는 성사되지 못했다. <Family Circle>이 2019년 12월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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