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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현 May 13. 2024

오프라인에서의 첫 만남

다꾸러들은 만나면 뭘 할까


‘햄스터를 닮았다.’


그런 생각을 하고 말았다. 나는 그래서 나도 모르게,


“어, 정말로 햄찌를 닮으셨네요.“


라고 말해 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햄찌 언니는 역시 다꾸러들을 여럿 만나 온 사람다웠다. 나의 뜬금 없는 말에 당황하는 낯을 하기는 커녕 도리어 호쾌하게 하하 웃으며,


”맞아요, 그런 얘기 많이 들어요. 앉아 계세요. 저도 커피.“


하더니 주문을 하러 총총 카운터 쪽으로 몸을 돌렸다.


얼떨떨한 기분으로 앉아 있자니 햄찌 언니가 웃는 얼굴로 한 손에 커피를 들고 다시 등장했다.


”페어는 어떠세요?“

”엄청 재미있어요.“


나는 단박에 대답했다. 그리고 가방 안에서 햄찌 언니에게 주려고 챙긴 간식을 주섬주섬 꺼냈다.


”저기, 이거, 소소하지만 한번 챙겨봤어요.“

”오! 지금 딱 배고팠는데. 먹으면 되겠어요!“


햄찌 언니가 반색하며 내가 내민 간식을 받더니, 자신도 가방에서 뭘 꺼내기 시작했다.


나처럼 간식을 싸오셨나? 했는데, 내게 내민 건 뜻밖에도 스티커와 떡메모지 등이 잔뜩 든 비닐 팩이었다.


그러니까, 다꾸러들은 택배로 나눔하는 것도 모자라서 만날 때도 뭘 챙겨주는 모양인데… 나는 입이 떡 벌어졌다.


”이렇게 많이요. 전 아무것도 준비 못 했는데.“

”촙촙 님이 가진 거는 제가 거의 있을거 같아요… 어차피 저는 이제 안 쓰는 것들, 남는 것들이니 부담없이 받으세요.“

”쇼핑 안 해도 되겠어요.“

”엥, 신상은 다르죠.“


단호한 햄찌 언니의 말에 웃음이 터졌다.


그렇게 수다를 떨고 있자니 햄찌 언니에게 연락이 또 몇 온 모양이었다. 언니는 휴대전화를 잠시 확인하더니,


“여기 페어에 또 다른 친구들도 왔거든요.”

“오오.”

“제 라방에서 만났던 분들일 텐데, 한번 보실래요? 오후쯤 만나서 띵도 하고, 밥도 먹고 카꾸할 것 같아요.”


역시 햄찌 언니는 인기가 많은 사람이었다.


어쨌든 카꾸란, 말 그대로 ‘카페에서 다꾸하기’ 의 줄임말이고, ‘띵을 하다’ 라는 것은 보통 긴 마스킹테이프를 반씩 또는 소량씩 나누는 것을 말한다.


어쨌든 나는 4시 반이 되면 승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가야 했기에, 시계를 확인했다.


카꾸까지는 같이 하지 못하더라도, 식사는 할 수 있지 않을까?


낯 가리던 본성은 어디 가고, 채팅방에서 만났던 다른 다꾸 친구들이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내 예상은 맞아서, 카페에서 다꾸까진 하지 못하고 금세 일어나야 했지만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한 건 즐거운 시간이었다.


전반적으로 햄찌 언니가 소개시켜준 분들은 내 기준에 기본적으로 예의를 지키는 사람들로 느껴졌기에 그렇게 불편하지 않았던 것도 있다.


승진이를 데리고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돌아와, 오후 육아를 함께 하고 피곤한 마음에 멍하니 있자 남편이 물었다.


“왜, 오늘 재미 없었어?”

“아냐, 재밌었는데 재미랑 피곤은 다른 거니까.”

“그래?”

“응. 몸이 지치잖아.“

”그러네.“


별 것 아닌 대화를 하는데도 승진이가 칭얼거려 대화가 자주 끊기곤 한다. 평소에는 가끔 호흡이 콱 막히는 기분이 들곤 했는데, 다꾸를 시작한 이후에는 많이 잦아들었음을 느낀다.


승진이가 잠들면 또다시 다이어리 꾸미기를 해야지. 뭔가를 풀어내야지. 그런 생각만으로 기분이 좋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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