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다꾸에 빠져, 스크랩 다꾸 뿐만 아니라 기록 중심의 데일리 다꾸에도 손을 대기 시작. 더 넓어진 다꾸 생활을 하게 된 게 벌써 2년.
완성한 다이어리들이 쌓이고, 교류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초반에는 스티커나 마스킹테이프, 떡메모지 같은 걸 만들어 쓰는 사람들을 보고 ‘저런 대단한 사람들도 있구나’ 라며 놀라기도 했었다.
“너도 만들어 쓰게 될 걸.“
이라는 친구의 말에,
“에이, 나는 절대. 능력이 안 돼서. ”
라며 고개를 젓던 일이 무색하게도, 나 역시 스티커를 만들 일이 생기고 말았다.
아무래도 이 페이지에 이런 스티커가 필요한데, 아무리 찾아도 내 구미에 맞는 스티커가 보이지 않는다! 라는 것이 스티커 제작의 시초가 된 듯 하다.
재미로 만들어 주변 지인들에게 스티커를 한 번, 두 번 돌리고 나니 마켓을 열고 싶어졌고,
결국 올해 나는 작은 마켓을 열고 말았다.
좀 긴 이야기라, 물건을 만드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는 또 다른 기회에 하기로 하자.
어쨌든, 취미에서 시작한 다이어리 꾸미기가 내 어떤 자존심을 걸고 내거는 간판이 되어버린 것이다.
일은 정말 재미있었다. 하루종일 몰두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설령 지치더라도 뿌듯했다.
느릿하게 했다. 육아에 방해되지 않게, 이 일 역시 취미의 영역에서 진행되도록. 다행히 그런 여유를 남편이 허락해주었고, 첫 마켓의 때는 무난히 지나갔다.
마켓에서 얻은 건 돈이 아니라 성취감이었다.
정말 작은 마켓이었기 때문에 애초에 돈을 바라고 연 게 아니기도 했다. 그냥 내게는 어떤 확인이 필요했던 게 아니었을까.
나 자신에 대한 어떤 확신 같은 것 말이다.
사람은 지위적 성공에 의해서만 성취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매일 물 먹기, 비타민 챙기기 같은 작은 할 일들을 꾸준히 해낼 때에도.
내가 하고 있는 기록하기나 다꾸 같은 것을 매일 해낼 때에도.
그 성공 경험들이 쌓일 때 회복탄력성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주워들었었다.
스스로를 치유할 능력. 그런 것들을 서서히 나는 회복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하나씩 앞에 계단이 생긴다. 그것을 밟아 앞으로 나아간다.
작은 취미에서 나를 회복시킬 힘을 얻었다. 길고 긴 삶의 터널을 함께 걸어갈 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