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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지현 Apr 29. 2024

다꾸 친구를 만나다  

첫 오프라인 만남

일러스트 페어의 북적북적한 부스 풍경.


"안녕하세요! 인스타 팔로우 해 주시면 스티커 드려요."

"뽑기 한 번 하고 가세요."


명랑하게 인사를 건네시는 작가님들이 계시기도 하지만, 쭈뼛거리며 그냥 서 계시다가 눈이 마주치면 수줍게 웃어 보이시는 작가님들도 계신다.


어느 쪽이든 나는 반갑기 때문에 그저 즐거울 뿐이다.


다꾸러로서 초반 이런 행사에 참여했을 때는 '오래 구경하면 무조건 사야 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앞만 보고 원하는 부스만을 향해 두두두 직진하는 일도 있었는데,  지금은 일단 내 마음에 드는 다이어리 꾸미기 아이템들을 발견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고개를 돌려가며 샅샅이 훑게 되었다.


일단 눈이 끌리면 무조건 멈추고, 칭찬을 쏟아낸다. 칭찬은 창작자에겐 기쁘기 마련이고, 작가님들께서 웃어 주면 나도 기분이 좋기 때문이다!


다꾸러로서 참가한 첫 일러스트 페어에서도 이 칭찬하는 일은 내 본능 같은 것이었는지, 나는 일단 들른 부스에서는 수줍게 작가님들께 꼭 내 진심을 전하곤 했다.


그럼 작가님들은 보통 내 칭찬에 안절부절 못하시거나 덤을 더 챙겨 주셨다.


그러고 보면 다꾸계에는 훈훈한 '덤 문화' 라는 것이 있다. 스티커를 사거나 키링을 사거나, 수첩을 사거나. 이렇게 무언가를 사면 꼭 예쁜 종이나 작은 조각 스티커 같은 것을 더 끼워 주는 것이다.


물론 덤은 말 그대로 '덤' 이기 때문에 주지 않는 곳도 있기 마련이고, 나도 꼭 바라지는 않지만 지금껏 대부분의 개인 문구 판매점들이 내게 '덤'을 주었기 때문에, 참 훈훈한 문화라고 생각해 왔다.


어쨌든, 이렇게 덤도 받고 스티커도 사고, 예쁜 노트들도 사면서 일러스트 페어를 휘젓고 다니다 보면 어느덧 손에 든 가방이 생각보다 가득 차게 되어 있다.


부스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았기 때문에 목도 타고 배도 고파져, 나는 전시실에 마련된 뒤쪽의 카페테리아에 몸을 앉혔다.


그나마 나는 빨리 지친 편이라 자리에 앉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여기도 곧 자리가 없게 될 터였다.


커피를 물처럼 벌컥벌컥 들이키며 구매한 것들을 슬쩍 뜯어보고 있으려니 햄찌 언니에게서 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


-촙촙 님 다 보셨어요?

-헉. 아니요. 저 반 정도밖에 못 봤는데.

-전 다 봤어요! 그럼 어디세요?

-저 A홀 카페테리아에요.

-제가 그리로 갈게요.


드디어 햄찌 언니를 실제로 만나는 순간이 왔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낯을 가리지 않는 성격은 아니라 초조하게 빨대를 물고 있으려니 어느새 빨대가 다 빨려 컵에서 꾸루룩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울리는 전화.


"여보세요?"

-여보세요. 촙님?


왜 그런 게 있잖은가.


말하지 않아도, 어, 저 사람이 날 찾고 있구나. 하고 감이 오는 그 순간.


다섯 걸음 정도 앞에 서 있던 긴 생머리에 아이보리색 맨투맨, 그리고 청바지를 입은 여성분과 서로 휴대전화를 귀에 댄 채로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 분의 입모양이 내게 물었다.


'촙촙 님?'


나는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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