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비아 Oct 18. 2019

생각보다 키울만합니다




 

힘들지 않으세요?



 만삭의 임산부가 아이 셋을 데리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엄마도 사람인지라 정신적으로나 체력적으로나 1도 힘들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글의 제목처럼 정말 '할 만하다.'는 말로 답을 하고 싶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힘들다.'는 말 안에 모두 담을 수 없기 때문에 나는 자주 듣는 그 질문에 명확히 대답할 수 없던 적이 많았다. 외부로부터 '힘들다.'는 말을 자주 들으면, '이 상황과 시간이 힘든 것인가.'하고 고민하게 되고, 받아들이게 되고, 아이들을 탓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하지만, 아이의 숫자가 엄마의 힘듦과 반드시 비례하진 않는다.


 나는 주변의 엄마들이 둘째나 셋째를 가지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첫째가 20-30개월 전후로 하여 어느 정도 키울만하게 되면 홀로 크기에는 외로운 것 같고, 동생을 만들어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첫째 때처럼 몸이 변하고, 홀로 버텨야 하는 고된 육아 시간을 다시 시작하자니 엄두가 나지 않고 말이다. 그런 고민을 왜 나도 하지 않았겠는가. 누구보다 오랜 시간 육아를 하고 있는 평범한 대한민국의 한 엄마로서, 나는 지난 시간을 받아들이고 버텨 왔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처럼 고민과 힘듦의 시간이 영원히 지속되지는 않는다. 이 세상에는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질량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아이를 하나씩 낳을 때마다 내 몫의 질량을 내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과정 안에서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치열한 사투가 있었지만 말이다. 아이는 절대 혼자 클 수 없다. 한 아이가 자라기 위해서는 반드시 누군가의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보호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아이가 언젠가는 부모의 손을 떠나 또 다른 어른이 된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내 몫을 나누어 주었지만 반드시 그 배가 되어 나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다. 돌아온다는 것은 '내가 너를 위해 이만큼 주었으니 너도 커서 나에게 이만큼 주어야 해.'가 아니라 '내가 너를 위해 보낸 시간, 네가 나를 위해 내어 줄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시간은 삶이다. 부모와 자식은 삶을 가장 가까이에서 공유한 사이다.


 아이를 키우는 과정은 어떤 경험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 세상 어느 누가 나에게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기반으로 의지하고 기댈 수 있을까. 나 스스로도 내가 무엇이 부족한 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데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부족한 점 투성이지만 부모가 되면 부족한 점을 채워가려는 노력은 할 수 있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적어도 아이 눈에서는 할 수 없던 것도 할 수 있게 되고, 없던 것도 있게 만들 수 있는 신기한 능력이 생기게 된다.


 아이가 하나여도, 아이가 여럿이어도 좋다. 각 가정마다 상황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고, 우선순위가 다르다. 아이의 숫자와 성별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도 아니다. 나는 첫째 딸을 낳았을 땐 하나만 낳아 잘 키우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하나는 외로워하니 동생은 낳아줘야 한다는 말을 들었고, 둘째 딸을 낳으니 딸이 많이 좋겠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아들은 하나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셋째 아들을 낳으니 딸도 있고 아들도 있고 더는 바랄 것이 없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막내로 아들이 하나 있는 집은 버릇이 없다며 아들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이제 드디어 마지막, 넷째 아들까지 가지게 되니 사람들은 더 이상 숫자와 성별을 언급하지 않는다. 대신 이제는 '엄마'에 대해서 물어본다. 힘들진 않은지 말이다. 물론 지난 시간 사람들의 말만 듣고 아이를 낳은 것은 아니다. 나는 아이들이 나에게 찾아온 무한한 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만, 혹여라도 부모님이라던가 지인이라던가 행여 그냥 길을 지나가는 어르신이라도 아이에 대한 숫자와 성별에 대한 언급을 하신다면 그리 마음에 담아두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하고 싶다.


 주변의 말은 끝이 없고 그 말은 지금과는 다른 시대와 상황, 개인의 경험에 의한 것이며 그들의 바람이지 나의 바람과 같진 않기 때문이다. 결국, 개인의 결정이고, 부부의 결정이다. 결정은 시작일 뿐 그 이후로도 무수히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으며 원하는 대로 주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우리는 이 세상에 행복을 찾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늘 지금 곁에 있는 것에 감사하고, 이루고 싶은 것을 위해 노력하며 충실히 살아가면 된다. 각자 어떤 모습이든지 간에 말이다. 하나만 낳아서 빛나는 내가 될 수 있고, 여럿을 낳아서 빛나는 내가 될 수도 있다. 일을 하면서 더 빛나는 내가 될 수도 있고, 육아를 하면서 더 빛나는 내가 될 수도 있다.


 나는 지금 엄마라는 모습을 하고 있고, 매일 더 괜찮고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열망이 있는 만큼 아이들을 통해 나 자신을 다듬고, 배워가고, 깨달으며 나를 가꾸어 가고 있다. 내가 택한 방법은 이것이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감정이 '사랑'이라고 생각했고,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해 알아가고 느끼는 데 아이를 가지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었다. 아이 넷, 생각보다 키울만하다.



 




이전 03화 우리는 모두 엄마가 있잖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