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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꽃돌이 Sep 27. 2020

중경잠실

Poem

몇 해 전 너와 잠실에서 헤어진 후로
다시 이곳에 오기가 두려웠다
지하철 안 모르는 뒤통수에도 뒤돌아보면
낯선 너의 얼굴을 다시 보게 될까

지하철을 탈 때에는 항상 조심해야지
하면서도 반대방향으로 타질 않나
고개들어 메로나 꼬북칩 광고를 보다
몇 정거장을 더 가질 않나

내 몸이 내 맘같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는 기억나지 않는 너의 생일과
휴대폰 번호는 밤마다 별처럼 사라지고
이젠 네가 꿈에 나오면 깨어나고 싶지 않다

죄책감없던 내 발걸음이 어린 나를 두드리고
팔목 가득 꿰어진 구슬들은 이제 흩어져버려
지난날을 인사해도 빤히 쳐다만 보는 편의점
주인아저씨처럼 알게 모르게 지내고 싶다_



2020.02.13


- 잠실역 보사노바 커피로스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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