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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초롬 Nov 21. 2024

나의 고도

나는 네가 부럽다. 가만히 앉아서 꼿꼿하게 앉아 있기만 해도 너를 우러러보는 눈빛이 부럽다. 


단 한순간도 아름답지 않은 적이 없는 네가 부럽다. 어쩌면 바로 이 지금, 이 순간, 이렇게 적재적소에 너는 아름다울 수가 있는 걸까. 너의 아름다움은 하루 이틀만의 일이 아니다. 나는 그것이 싫다. 어쩌면 단 한순간의 빠짐이 없이 아름다울 수 있는지. 


너에게 온 햇살이 가서 비춘다. 바람이 너에게로 향했지만 너를 흔들어낼 수는 없다. 너는 오롯한 아름다움. 너의 꼿꼿한 신체가 바로 그 자리에서 빛난다. 빗나 버린 나의 마음. 너는 요동치지 않는다. 어째서, 어째서. 나는 너에게 울부짖는다. 한 시선만 달라고 울부짖는다. 너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아. 그렇게 그저 그렇게 그 자리에 있을 뿐이다. 어쩐지 더 괴로워만 진다. 어쩐지 표정을 구기고 너를 빠안히 바라본다. 구겨진 얼굴, 부서진 심장, 그리고 너.


타인의 눈에 너가 가득 찬다. 아무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다. 내 팔과 다리는 동동 묶여 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없다. 나는 팔다리가 동동 묶여 온 세상의 시선을 받아내고 있는 너를 바라본다. 위풍당당한 너의 풍채. 세상의 빛은 너를 위해 존재하고 너를 향해 간다. 영원처럼 빛나고 있는 너를 나는 그저 속절없이 바라본다. 그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뿐.


너에게서 시선을 거둔다. 고개가 떨어지고 눈앞에는 아스팔트만이 가득하다. 이제 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눈빛으로 소리친다. 너는 답이 없다. 아직도, 아직도. 나는 이제 더 이상 할 수가 없다. 


그 때다. 살풋, 웃는 소리다. 살풋이라, 웃는다라. 나는 묶인 채 너를 향해 달려간다. 칼을 물고서 너에게 향한다. 너에게 닿기 5초 전. 4초, 3초, 2초. 마침내 1초 전.


영원이 흐르지 않는다. 1초. 너와 나 사이에 존재하는 이 적막은 깨질 줄을 모른다. 너는 그곳에서 여전히 웃고 있다. 살풋. 살풋. 살풋이. 쏟아지는 빛을 온전히 받아내는 유리의 온실처럼 너는 부단히도 아름답다. 


나는 다시 돌아선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그저 흩어지는 한숨뿐.


내일의 나는 오늘과 같겠지.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와 또한 같겠지. 너는 내일도 아름답겠지. 아아, 썩은 미소가 볼에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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