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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맘 Jul 01. 2024

일본도쿄 가족여행에서 생긴 일

“이상하다 왜 안 되는 거지?”

“엄마, 이쪽은 어때?”

“역시 안돼.."

헝클어진 머리로 긴 한숨을 토하는 나를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됴쿄 가족여행에서 생긴 일이다.

     



우리 가족은 작년 2월의 홋카이도 겨울여행의 2탄으로 올 6월 초엔 일본토교 여행을 계획했다.

가까운 이웃나라가 주는 안도감 탓인지 항공과 숙박예약을 마치고 나니 준비하는 마음도 헐렁하고 바쁠 게 없었다.

단, 자연재해로 특화된 일본은 지진의 빈도수가 많은 곳이라 소심한 마음의 무게만 숨어있을 뿐이었다.

     



가족여행 설렘의 시작은 여행가방 채우기에서부터다.

거실바닥의 열린 트렁크는 벌써 일본의 어느 숙소와 다를 바 없이 편안히 누워있다.

기본적인 옷가지와 휴대폰 충전기 등을 챙긴 후 가장 마지막에 포장한 것이 있었다.

몇 달 전 큰 맘먹고 구입한 ‘다이슨에어랩’을 트렁크 속 최고의 안전지대에 넣어 두었다.

높은 몸값을 반영한 이유겠지만 똥손인 나조차도 헤어스타일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기특한 녀석이기 때문이었다.

 여름옷이 주는 가벼움 때문에 거실 바닥에 열어놓은 트렁크의 지퍼는 심술 없이 잘도 잠겼다.    



인천공항을 출발해서 일본나리타공항의 입국수속까지 마치고 난 시간은 저녁 8시경이었다.

도쿄 도심으로 이동하는 시간이 꽤 걸리다 보니 숙소도착 시간은  밤 10시가 가까워졌을 때였다.

친절한 호텔직원의 안내와 건네받은 터치카드로 승강기를 타고 도착한 객실내부의 모습은 기대 이상이었다.

좁은 공간이지만 효율적으로 배치되어 있었고 깨끗한 침구과 앙증맞은 소파와 집기들이 나쁘지 않았다.

단점이라면 호텔 근처에 지상으로 연결된 기차선로가 있다 보니 주기적으로 들리는 열차소음의 자극이었다.

시설대비 착한 가격의 호텔인 이유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었다.

     



여행 트렁크를 열고 휴대폰 충전을 위해서 가장 먼저 110V 여행용 어댑터를 꺼내서 연결했다.

일본은 220V를 사용하는 우리나라와 전압차이가 있어서 멀티플러그가 필요한 나라다.

자주 일본여행을 즐기는 아들 때문에 돼지코 어댑터는 여러 개 준비해 왔다.

나중에 알았지만 어댑터도 죄가 없었다.

     



본격적인 여행일정을 앞둔 다음날이 되었다.

우리는 역을 통과하는 기차소음에도 불구하고 뒤척임 없이 도쿄의 아침을 맞이할 수 있었다.

도쿄 시내를 누비는 여유로운 외국인 관광객으로 변신할 생각에 마음마저 가벼웠다.

내가 먼저 머리를 감았고 비치된 타올로 대충 말린 후 열려있는 여행 트렁크 쪽으로 갔다.

애정하는 다이슨에어랩을 가방 속 안전지대에서 소중히 꺼내 왔다.



어제부터 준비된 돼지코 어댑터에 코드를 꽂고 작동버튼을 눌렀지만 왠지 조용하다.

반복해서 누르는 버튼에도 답은 없고 내 마음만 쿵쾅거리는 소리가 났다.

“어, 어, 왜 이러지?”

허둥대는 나를 보며 딸아이가 달려와서 함께 걱정을 한다.

좁은 숙소 안 여기저기 플러그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지만 머릿속만 복잡해졌다.

내가 유일하게 여행가방 속 1등석에 모시고 데려왔던 다이슨에어랩의 배신이다.

사실은 그의 몸값 때문에 기기 고장일까 봐 더 걱정이 되었다.

이런저런 복잡한 경우의 수를 생각하며 머리를 말린 후 아쉬운 대로  여행 내내 모자를 써야만 했다.



     

도쿄 1위 우동인 '마루카우동'을 먹기 위해 오픈런 줄 서기에서도,

도쿄 스카이 트리 전망대를 올려다보면서도,

돈키호테 아키하바라 쇼핑을 할 때에도,

아사쿠사 센소지 절을 거닐 때에도,

신주쿠 일본정원의 멋진 녹음 속에서도,

오다이바 실물크기의 유니콘 건담을 마주해서도,

사진 찍는 매 순간 문득문득, 반응이 없던 다이슨에어랩에 대한 아쉬움과 걱정이 따라다녔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도착해서야 기기문제가 아닌 이유를 확인했고 안심할 수 있었다.

일본 여행에서는 전압등의 이유로 다이슨에어랩을 사용할 수 없다는 초록창의 검색결과다.

     

여행 내내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나의 소심한 미련과 마주 보며 대화를 해보았다.

"예측할 수 없는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하고 쿨하게 걱정을 접었으면 어땠을까?"

여행후기에서 생각나는 뒤늦은 마음가짐 하나에 밑줄을 그어본다.


너무 늦게 안 덕분에 약간의 마음고생은 했지만 우리의 가족여행도 내 마음도 해피엔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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