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온통 거울이다.
그 속엔 때론 희미하게, 때론 선명하게 비치는 내가 있다. 거울마다 서로 다른 얼굴, 다른 표정들. 매일을 살아가며 나를 이루는 조각들이 여기저기 흩어진다. 손을 뻗어 붙잡으려 하면, 금세 사라져버린다. 세상이 보는 나와 내가 느끼는 나 사이엔 묘한 거리가 있다. 거울 속 나를 바라볼 때면, 이게 진짜 나인지, 아니면 누군가 만들어놓은 허상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어쩌면 나는 너무 자주 길을 잃고, 너무 자주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건 아닐까. 이유도 모른 채 세상이 요구하는 모습에 맞춰 나를 끼워맞추며 정작 중요한 걸 잃어버리는 건 아닐까. 빈손으로 걸음을 옮기다 문득 멈춰서 돌아보면, 내가 누구인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조차 희미해져 버린다.
그리고 정처없이 방황하다 어느 순간 깨닫는다. '결국 나로 돌아오는 길'이란 단순히 처음의 나를 찾아가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 길은 수많은 변화의 중심에서 나를 잃지 않고,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 머무르는 법을 배우는 과정임을. 변화란 그물은 도처에 있고, 아무리 피해보려 해도 마주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본질적인 나를 붙잡을 때, 나는 조금 더 진정한 나에 가까워진다. 본질적인 나를 찾는 여정은 쉽기도 하고, 어려워서 길을 잃을 수도 있는 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잃지 않으려면, 반드시 가야 하는 길이다.
길을 잃지 않는 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일상 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작은 습관을 갖는 것, 거울 속에서 나를 응시하고, 흐릿해져가는 나를 다시금 붙잡을 것. 마음을 고요히 하고, 내 안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 나는 나를 조금 더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마음의 고요 속에서 본질을 마주하는 순간이야말로 결국 나로 돌아오는 시작이다.
이제는 조금은 알 것 같다. 세상 곳곳의 수많은 목소리 속에서, 때로는 비난의 화살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려면 내 안의 작고 단단한 본질을 붙잡아야 한다는 것을. 그 본질은 고요하다. 그것은 흔들리지 않고, 그 자리에서 언제나 나를 지켜본다. 나를 이루는 모든 것들이 물 위의 거품처럼 흩어질 때에도, 그 본질만은 남아 있다.
삶은 언제나 나로 돌아오는 여정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끝없이 돌아가야 하는 길처럼 느껴질지라도,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점점 더 단단해진다. 무엇을 잃는 대신 나를 찾아가는 길, 작고 소중하고 유일한 나의 인생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