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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록 Nov 10. 2024

어디부터가 나, 어디부터가 세상일까

7월 18일

친하게 지냈던 언니들과 소소하게 엉켰던 감정으로 연락이 끊기게 되었다. 진심을 다했던만큼 아쉬움이 남았고 그 날의 일들이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씻을 때도 산책할 때도 잔상처럼 계속 떠오른다.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순간의 내 말투와 표정이 나를 옥죈다. '그때 어떻게 했으면 좋았었을까.'

인간관계는 늘 어렵고 나를 생각의 굴레에 빠뜨리고 마음을 휘젓는다. 뭐가 잘못되었을까..이미 2년도 지났다. 오늘도 자책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놀라곤 한다. 작은 실수조차 감싸주지 못하고 있다, 나조차도 나를 보듬지 못하면 도대체 누가 나를 감싸줄 수 있을까? 이 질문을 안고 오늘 하루를 살아보기로 한다.


8월4일

친구와 대화하다가 내 무심한 말이 친구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을까 걱정이 들었다. 친구는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지만, 나는 자꾸 그 말 한마디에 마음이 묶였다. 내가 너무 예민한 걸까, 아니면 내가 너무 나를 미워하는 걸까?


이토록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리는 건, 내 안에 여전히 나를 믿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 건 아닐까. 불안해도, 때로 흔들려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내가 사랑해야 하는 건 흔들리지 않는 나가 아니라, 흔들려도 그 안에서 균형을 찾는 나이고 싶다.


9월20일

오늘은 작은 다짐을 했다. 타인의 평가에 내 기분을 맡기지 않기로. 그들의 시선에 흔들리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아쉬웠다. 그들이 뭐라 하든 나는 나일 뿐이다.괜히 헤드셋 끼고 머리도 흔들어보고 걸음걸이도 더 당당하게 신경써봤다. 그러다 그런 내 자신이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아직도 답은 찾기 어렵지만, 내가 진정 사랑해야 하는 건 그들이 바라는 모습의 내가 아니라 내가 바라는 나일텐데... 조금 어설프고 실수투성이지만, 그런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기를 오늘도 연습해본다.


10월17일

오늘은 작은 일 하나를 해내고 나 자신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별일 아닌 듯 보이는 성취가, 문득 내게도 소중히 여길 만한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했고, 그렇게 매일 나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여전히 부족한 모습이라도, 나는 나라는 사람이 자라는 중임을 믿어보고 싶다.


11월 1일

오늘 아침, 작은 실수 하나가 떠올랐다. 예전이라면 이런 사소한 일로도 마음이 무거워지고 자책이 쌓였겠지만, 이제는 잠시 마음을 다독이며 생각해 본다. 왜 나는 실수를 이렇게 두려워하는 걸까?

나는 나 자신에게 조금 더 따뜻해지고 싶다. 실수 하나가 나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이제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완벽하지 않은 나도 나의 일부라는 걸, 그래서 그런 나를 감싸 안고 싶었다.나비포옹으로 자신을 토닥여본다.


11월 11일

오늘은 거울을 보며 문득 미소를 지어 보았다. 나는 완벽하지 않지만, 그런 나도 사랑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조금씩, 실수도 하고 때론 나 자신이 불만족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그 모든 순간이 나를  더 나은 나로 만들어 주음고있음을 이제는 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법은 꽤나 어렵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 조금씩,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조금씩 더 단단해지는 나를 느끼며,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중이다. 괜찮다 사는 거 별거없다.흔들려도 괜찮고, 불완전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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