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 한마디가 내 마음을 깊게 파고들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냥 지나가는 조언이었을지 모른다. 누구라도 듣고 넘길 수 있는 흔한 말이었을 텐데, 내겐 그 말이 마음 어딘가에 단단히 박혔다. 자꾸 곱씹다 보니 내 행동 하나하나가 괜히 후회스러워졌다.
‘그때 내가 조금 더 따뜻하게 말했더라면…’ ‘내가 좀 더 배려했더라면…’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날 괴롭혔다. 스스로를 몰아세우다 보니 마음은 점점 무거워졌고, 결국엔 한 가지 결론에 닿았다.
나는 예민한 사람이었다. 작은 말 한마디에도 쉽게 흔들리고, 스쳐간 누군가의 표정 하나도 내게 오래 남았다. 다른 사람들은 쉽게 잊어버리는 일도 나는 며칠이고 그 감정을 되새기곤 했다. 말끝에 남은 작은 기색조차 의미를 해석하려 들면서, 혹시 내가 잘못한 건 아닌지 자꾸만 자책했다. 그럴수록 나는 점점 더 조심스러운 사람이 되었다.
마음 깊이 스며들어 나를 무겁게 하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다. 마음 속 깊이 그 말이 가라앉는 걸 알면서도, 그저 웃음으로 덮어버렸다. 괜찮기만한 건 아니다. 마음 한쪽에 작은 금이 가, 언젠간 깨질지 모르는 내가 있다. 궁금하다. 이렇게 쉽게 흔들리는 나도 괜찮은 걸까?
항상 겸손하려고 스스로를 잠재우지만 그럼에도 나를 스치는 남들의 인정은 마치 가벼운 진통제처럼 나를 잠시 달래주곤 했다. 그리고 그 뒤엔 인정이 없으면 또 불안해지는 내가 있었다. 그렇게 남의 시선에 기대 살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서있던 내 자리에는 나의 그림자만이 남아있었다.
‘나는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걸까?’ 그 질문은 선명했지만, 그만큼 더 아팠다. 정작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이 뭉근했다. 흔들리지 않는 나를 찾기 위해서는, 결국 이 질문에 진지하게 답해야 한다는 것을,나는 매번 알고 매번 모른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 걸까? 내 마음을 흔들어 놓는 것은 정말로 다른 사람의 말일까, 아니면 그 말에 쉽게 흔들리는 나 자신일까?
이제는 다른 사람의 기대가 아니라, 나만의 답을 찾아야 한다. 소소한 일상의 순간 속에서 나를 천천히 느껴보고 싶다. 아침의 커피 한 잔이 주는 감사함, 오늘도 주어진 하루의 소중함, 일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한 그 마음과, 그 시간들이 내게 주는 기쁨을 천천히 되새기고 싶다. 그렇게 작은 순간들을 쌓아가다 보면, 흔들리지 않는 내가 조금씩 만들어지지 않을까?
아니다, 흔들리더라도, 이제는 나만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 불안이 남아 있더라도, 그 불안에 뒤덮이더라도 다시 훌훌 털고 일어나는, 더 단단한 나를 세우며 나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