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있는 미술관에 잠시 들렸다가 아래의 조각 작품을 보게 되었다.
제목은 ‘완성된 실패’.
부서진 도자기들을 뭉쳐서 만든 작품이다.
실패가 뭉쳐서 성공 덩어리가 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을 보고 내 과거가 생각이 났다.
3번의 사업 실패.
그 3번 중에 한 번은 심각한 재정의 위기와 삶의 이탈까지 경험했고 부채 상환을 위한 8년은 칠흙같은 망망대해의 작은 돛단배였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그 인고의 시간은 최고의 인생 학교 교육 기간이었다.
부채의 원금과 이자를 갚고 아내에게 몇십만 원 생활비를 주며 초 절약하며 생활하면서 재정 훈련을 했고, 사업 기간 벌어진 나의 실패를 곱씹으며 실패하지 않는 법을 배웠다.
부서진 도자기들을 하나씩 다시 꺼내서 그것들을 서로 뭉치면서 하나의 작품을 만들었다.
그 작품은 견고해서 쉽게 깨어지지 않고 완성도가 있어서 세월이 흐를수록 더 가치가 더해졌다.
우리는 발명왕 에디슨의 이야기를 잘 알고 있다.
백열 전등을 위한 필라멘트 개발을 위해 실험한 90개 재료의 실패를 필라멘트 재료로 적합하지않은 90개 재료의 발견이라는 에디슨의 평가를 기억한다.
결국, 그는 2,999번의 성공을 위한 실패를 하고 2,400번 만에 전류를 통해도 타지 않고 빛을 내는 필라멘트를 발명한다.
실패는 올바른 길을 찾는 과정이다.
올바른 길은 4지 선다형 문제 중의 하나가 아니라 필라멘트를 위한 90개의 재료와 같이 수 십가지 중에 하나일 수 있다. 그리고 그 하나는 유추 해석하기보다는 직접 부딪혀 봐야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실패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사실 성공에서는 별로 배울 것이 없다.
과거의 성공 사례는 현재의 성공 방법과 다르고 누군가의 성공은 그 사람만의 성공 방법이지 나의 성공 방법은 아니다.
나의 성격, 배경, 지적 수준, 기술, 자본, 처한 환경은 과거의 누군가와 다르다.
사실 성공에서 가장 크게 배울 점은 그 정신과 지혜이지 지식이나 방식이 아니다.
실패를 무릅쓰고 계속해서 정진하는 정신, 자신과 환경을 알고 이용하는 지혜이다.
하지만, 실패는 계속해서 배움을 제공한다. 실패의 정도에 따라 처절하게 주지시켜서, 각인이 되게 만들어 다시는 잊어버리지 못하게 한다.
그러면, 성공하지 못하는 방법 중 하나를 확실히 알게 된다.
‘천 개의 성공을 만든 작은 행동의 힘’이라는 책에 나오는 도자기 공예 교수의 실험이 있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한 학기 실습 숙제를 내준다.
그룹 1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50개의 도자기를 만들면 A 학점, 40개를 만들면 B 학점를 준다고 하고 그룹 2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가장 잘 만든 한 도자기만 채점을 한다고 했다.
한 그룹에는 양으로, 다른 그룹에는 질로 평가 기준을 정한 것이다.
한 학기가 지나고 학생들의 작품을 보니, 그룹 1 학생들의 가장 우수한 도자기가 그룹 2의 학생들보다 더 뛰어나고 완성도가 있었다.
많은 양의 도자기를 만든 그룹은 실패를 통해 점점 실력이 늘어나고 최종적으로 우수한 도자기를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반면에 단 하나의 도자기만을 제출하면 되는 그룹은 그 하나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지만, 적은 실패의 경험에 의해 덜 우수한 도자기를 만들게 된 것이다.
미국 실리콘벨리에서 지금까지 150여 IT 스타트업(Startup)에 투자한 악셀러레이트
(Accelerator)인 와이컴비네이트(Y Combinator)가 작성한 스타트업을 위한 22개의 어록에 이와 관련된 항목이 있다.
지금 시작하라 – 완벽한 제품을 기다리기보다 불완전한 제품을 신속히 개선하라.
어록 첫 번째에 나오는 이것은 실패를 염두에 두고 우선 시작하고, 실패를 지렛대 삼아 성공하라는 말이다.
이것은 전통적인 경영 전략인 신중하고 완벽한 기획과 대척점에 서 있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완벽한 제품, 완벽한 환경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는 지금과 같이 빠르게 변화하고 복잡한 환경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고객의 반응은 제품을 공개하기 전에는 알 수 없으며, 경쟁 제품이 언제 출현할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먼저 시장에 제품을 소개하고 개선하는 편이 더 현명하다는 것이다.
물론, 최선을 다해 시장과 고객이 원하는 제품에 대한 예측을 해야 하지만, 그 예측이 빗나갈 수 있음도 알아야 한다.
초기 단계에서 너무 크게 시작하려 하지 말라 – 개선과 후퇴를 염두에 두어라.
‘지금 시작하라’에 대한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시작을 하되, 언제든지 철수할 여지를 남겨놓는 것이다.
예측이 빗나가거나 실수했을 때, 너무 크게 시작하면 ‘매몰 비용(엎지러진 물과 같이 이미 회수할 수 없는 비용)’ 에 얽매여서 후퇴할 타이밍을 잃거나, 큰 타격을 입어 재 도전을 못할 수 있다.
작게 시작하여 철수를 하더라도 큰 경제적 피해가 없고 실패한 것을 보완하여 재 도전하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모든 스타트업은 어느 시점에서는 심하게 망가졌다.
반드시라고 할 만큼, 위기는 찾아온다.
재정, 구성원 갈등, 고객의 상실, 법적인 제재, 경쟁 제품 등장 등 다양한 실패의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 위기가 찾아올 때, 당황하지 말라.
성공한 회사들은 모두 그 위기를 넘기고 도약했다.
위기가 오히려 성장의 기회가 된 회사들도 많이 있다.
사전에 제품의 시장 적합성을 검증하라 – 작게 작업을 수행하고 민첩함을 잃지마라.
제품을 샘플 형태로 만들어서 지인들이나 일부 소비자들에게 시험 테스트로 시장 반응을 보고 개선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나가는 제품화 전략이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시장 반응을 알아보고 시장조사를 통해 검증하는 것이다.
시장 테스트를 통해 확신을 얻었다면, 주저하지 말고 시장에 제품을 출시한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도 올인(대량 생산을 위한 투자 등)하기보다는 일부 시장에 먼저 출시하여 실제 시장 반응을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이제 ‘먼저 시작하라’는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시작은 신중함의 결핍이 아니고 신중함의 이동이고 상황적 재해석이라는 것을.
이 어록은 일부 산업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스타트업과 신제품 개발에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토기장이로부터 실패로 분류된 도자기는 그 자리에서 부서진다.
하지만, 부서진 도자기는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토기장이의 완성도 속에 그대로 녹아있다.
그들은 뭉쳐져서 완성된 실패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