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가는 기차
플랫폼에는 부산한 설렘이 있어
굳이 레일에 귀를 대보지 않아도 들리거든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어디라도
옛날이라면 난 약장수가 되고 싶었을 거야
한 번밖에 눈 감지 못하는 생을 모르는 척하느라고
봇짐을 푸는 순간보다 싸는 순간이 좋았을 걸
나뭇가지로 그은 약속이야 뭐라든
발끝으로 쓱쓱 문지르면
깜빡 잊은 척 놓고 가면
그만
낡은 의자는 제법 의젓한 태가 난다
자주 떠나보낸 자의 쓸쓸함 같은 거
대합실을 배경으로 꾸벅 조는 사람들의 꿈은
어디를 배경으로 하나
마침 근처에 올 일이 있었어
커피를 보니까 네 생각이 나서
자리에 앉는 동안의 쭈뼛거림은
떠날 때는 간데없고
터널 속에 들어가며 갑자기 마주한 내 얼굴엔
무력한 방심이 있어 화들짝 놀랐다
김 서린 창문을 닦으며 살살 달래본다.
뒤돌아간 풍경에는 다시보기가 없어요
식고 휘늘어진 사랑이 되느니
두고두고 아픈 게 낫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