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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롬 Aug 19. 2020

김사월 싱글을 안 들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제로..입니다

8월에 사월의 싱글이 나왔다 흑흑 오후에 스트리밍 어플 상단에서 김사월이란 이름을 확인하자 마자 감상해봤다. 아직 몇 번 안들었지만 좋아서 브런치에 몇 자 남긴다.


<확률>, 김사월


<확률>은 확신으로 시작한다. "이게 사랑이 아니면 무엇일까". 느리게 흘러가는 기타의 선율은 사랑스러운 과거를 평온하게 연주한다. 그러나 사랑임을 100% 확신했던 사랑이 끝났다.  지금은 그 사랑이 "내가 만들어낸 사랑"이었음을 안다. 가사의 종결어미는 대부분 과거형이다. "사랑한다는 말이 듣고 싶었어." 화자는 아마 깨달은 듯 하다. 영원을 향해 질주하던 우리도 결국 수많은 확률 중 하나에 불과했다는 것을.  


화자는 마지막 남은 확률까지 소거한다.

"나는 꿈꿨지. 우리 헤어진 후에도 나의 여생을 함께할 확률이 있는 그런 사람". 


사랑에 빠졌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직감하곤 한다. 이 사랑은 끝난다해도 평생 못 잊을 거란 착각이다. 하지만 긴 시간이 흐르고 나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진짜 이별을 하고 난 뒤다. 진짜 이별은 그 사람과 함께했던 기억이 사라지는 게 더 이상 슬프지 않을 때 이뤄진다. 물리적으로 함께하지 않더라도 머릿속으로 계속 과거를 더듬으며 사는 사람은 진짜 이별한 게 아니다. <확률>의 화자는 진짜 이별을 한 것으로 보인다. 헤어진 후에도 '함께'의 세계에서 떠나지 못할 거라 생각했지만 화자에게 모든 것은 과거가 됐다.  <확률>의 화자는 '너'를 떠났다.


아마도 화자는 '내가 너를 잊었다는 것'조차 잊고 살다가 문득 함께였던 과거가 떠올랐을 것이다. 과거 확신의 세계를 조용히 떠올리면서, 이제는 돌아오지 않는 확신의 감각을 추적하면서 <확률>을 노래했을 것이다. 일말의 확률마저 소거하기 위해 달려가는 마지막 구절에서 김사월의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울린다. 메아리의 잔재는 거의 곡이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 메아리는 과거형으로 끝나는 종결어미와 함께 화자의 노랫말이 과거에 갇힌 생각임을 증명한다.


김사월을 들으면서 씁쓸함에도 종류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김사월의 음악을 듣는 것은 씁쓸함의 스펙트럼을 체험하는 것과 같았다. "너무 오래전에 끝난" 과거의 달콤함을 노래하는 현재는 언제나 쓰다. 이번 <확률>에서도 여전히 김사월은 씁쓸했다.



(가사에 대한 해석은 주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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