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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들의 예찬 Apr 09. 2016

코끝이 찡한 이유

벚꽃 데이트

금요일 오후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금요일 오후가 되면 단추 풀리 듯 서서히 서서히 노곤해진다.

한주를 잘 지냈다는 암묵적인 동의와 짧은 쉼을 가질 수 있다는 안도감일 것이다.

"오늘 임원은 빨리 퇴근 안하나?"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노크한다.

금요일 오후가 되면 일이 손에 잘 안 잡혀 주말에 뭐하면서 알차게 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이런 생각이 만성화되었을 법한데 매일같이 아이가 놀이터 가자고 떼쓰는 것 하고 별반 다르지 않게 질리지 않는 생각이다.


퇴근길

맘의 여유로움이 가득 찬 채로 약속 장소로 향하는 사람들과 왼손에 먹거리를 든 봉투를 가지고 바삐 걸어가는 군중들 속에 나 또한 발걸음만은 가볍다.

 시간은 흘러가고 흘러가는 시간은 뒤돌아볼 틈을 주지 않은 채 땅거미가 짙게 드리워진 골목길을 지나간다. 가로등 불빛과 어지럽게 지나가는 헤드라이트 불빛은 제 갈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지극히 평온해 보이는 금요일 저녁 풍경은 나의 기억 저편에 차곡차곡 쌓여만 간다.


이유 없이 코 끝이 찡해오는 건
이유 있는 가슴의 작은 외침일지도 모른다.


생각은 묻어버리고

가슴은 하늘과 맞닿은 채로

나를 느껴본다.


그리고 내일은 벚꽃과의 데이트를 기약해 본다.  

기약 없는 생각의 끝자락을 벚꽃에 맡겨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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