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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딱로드 Aug 16. 2021

싱가포르 보타닉가든에서 콘서트보기

 사실 난 정원을 엄청 좋아하진 않는다. 경기도 가평의 유명하다는 아침고요수목원도 호주 멜버른의 보타닉 가든도 막상 가서 대단한 감흥을 느끼진 못했다. 정말 아름답게 꾸며 놨구나. 나무가 아름드리구나. 이정도랄까.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이식물 저식물을 우리가 좋아하게끔, 산책하기 편하게끔 심어두었다는게 그자체로 이미 부자연스럽다고 하다고도 말하고 싶다. 하지만 공원은 꼭 필요하다. 특히 콘크리트 건물이 가득한 도시 국가 싱가포르에는. 


 뉴욕엔 센트럴파크, 서울엔 서울숲이 있다면 싱가포르엔 보타닉가든이 있다. 싱가포르 보타닉 가든은 1859년에 만들어졌고 무려 10000종이 식물이 서식하고 있어서 대형 식물원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역시 최고의 장점은 열대 우림이라는 거다. 거대한 부채처럼 생긴 식물인 라바넬라(부채파초), 사람 몸만한 크기의 이파리를 지닌 몬스테라까지.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나무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거기에 공원을 가로지르는 길이는 1.5km, 한바퀴 돌면 4km정도 된다. Unesco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 받을 만하다.

 

 보타닉 가든은 워낙 넓어서 무작정 갈 순 없었고, 딱 몇군데의 목적지를 정했다. 자식들의 칭얼거림이 듣기 싫어서다. 한 곳은 보타닉가든에서도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Orchid Garden이었다. 일인당 5$ 지불하면 다른 곳과 달리 좀더 정돈되고 고요한 느낌의 아름다운 난초정원이 시작되었다. 6만여종의 난이 서식하기에 내가 일생동안 봐도 다 못볼 난이 여기저기 예쁘게 꽃피우고 있었다. 

특히 VIP Orchid 난초구역이 있었는데 여기엔 싱가포르를 국빈으로 방문하는 것을 기념하여 각 난에 그들의 이름을 붙여두었다. 실제로 그들이 여기를 방문하여 자신의 난을 관람한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 반기문 전UN 사무총장의 난이 예쁘게 피어있었다. 나중에 문재인대통령 난도 새로 생겼다고 들었다. 특히 이 곳은 길 하나하가 매우 아름다웠다. 터널 아치형으로 온갖 녹색이 날 반겨주던 곡선형의 길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니 기분이 정화되었다. 



 오키드 가든의 출구를 나오면 내가 가고 싶었던 Shaw Fountain Symphony Stage가 멀리 보인다. 여기엔 이 무대는 특별하게도 호수 안에 작은섬처럼 떠 있는 무대다. 공원에서 잔디를 깔고 물에 떠 있는 무대를 보며 음악회를 볼 생각을 하니 설레였다. 더군다나 이 음악회는 거의 무료다. 음악회는 주말을 기준으로 심심치 않게 열리는데, 싱가포르 국립공원 사이트 (https://www.nparks.gov.sg/activities/events-and-workshops)에서 시간을 확인하고 방문했다. 물론 돗자리도 함께 가져갔다. 이날은 Opera in the Park라는 공연으로 각 오페라별 아리아를 성악가들이 하이라이트만 부르는 공연이었다. 공연장 뒤쪽 공간엔 넓디 넓은 잔디밭도 함께 있기 때문에 공연을 기다리는 동안 우리 아이들과 작은 공 던지기 놀이도 잠깐 했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모두 잔디밭에 모여 앉았다. 돗자리를 피고 잔디밭에 수백명의 사람들을 옆에 두고 편안히 맥주를 먹으며 자세를 잡았다. 이탈리아 곧 음악이 시작되고 스피커로 여자 소프라노 가수의 음성이 널리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열대우림 속 연못위의 공연을 돗자리를 깔고 편안히 보는 기분은 정말 아름다웠다. 특히 Nessun Dorma가 울려 퍼질땐 온  가수의 음성 하나하나가 나무 숲에 부딛혀 다시 내 귀에 돌아오는 것 같았다. 뉴에이지 아티스트 야니의 아크로폴리스 공연, 빅3 테너의 로카 카라칼라 극장 공연이 부럽지 않았다. 자연이 곧 무대였다. 숲속 음악회를 보는 내내 즐거웠다. 단, 습도는 정말 높았기에 끈적였던 느낌은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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