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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딱로드 Oct 25. 2020

운동을 못하는 뻣뻣이가 운동하고 싶을 땐?

난 요즘 테니스를 친다. 테니스 하면 떠오르는 말은? “신사의 스포츠”, “샤라포바”, “정현”등이  있다. 하지만 나는 정말 ‘정말 어렵다’란 말을 먼저 떠올린다. 10여년 동안 많은 운동들에 돈을 쏟아왔다. 스쿼시,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골프...... 레슨비로 몇천만원은 넘게 썼을거다.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은 종목을 배웠겠나? 뭐 하나 제대로 끝까지 한 운동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남보다 정말 운동실력이 잘 안는다.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듣고 싶다. “저놈 스윙에서 돈 냄새가 난다.” “참 스윙폼이 예쁘다.” 내가 평생 운동하면서 듣고 싶은 말이다. 하나의 운동을 2년 이상 한 적이 없다. 매번 초보티를 갓 벗어나는 순간부터는 운동이 어려웠고 이상한 폼이 만들어지고, 삐걱거리는 개폼이 어느덧 내 몸을 지배했다. 공교롭게도 내가 돈 들인 운동은 다 작대기로 공을 치는 운동이었는데 고수들은 내 폼을 보고도 그냥 지나치기 무척 힘들어했다. 속으로 혀를 끌끌 차면서 나에게 충고를 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이다. 그래서 잔소리를 많이 들어왔는데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넌 폼이 안예쁘고 뻣뻣하다.”였다. 심지어 테니스레슨을 12년전에 1년정도 했는데 그 레슨 마지막에 남긴 코치님의 마지막 말은 “솔직히 이제 레슨 끝나니까 하는 말인데요. 님이 운동신경이 조금 부족한 건 사실이에요.”였다. 그동안 너 가르치면서 매우 힘들었다는 메시지가 가득담긴 눈물어린 눈동자로 나를 보던 그 코치님 표정이 아른거린다 

  누군가가 말했다. 근력,근지구력,심폐지구력, 민첩성, 평형성 등등은 다 노력으로 늘지만 단 하나 ‘유연성’은 늘지 않는다고 말이다. 신은 내가 '뻣뻣함'을 주었다. 테니스칠 때 난 나름 부드럽게 스윙한다고 해도 남들이 보기엔 군기 가득찬 군인의 체조 구분동작으로 보이나보다. 웨이브춤을 쳤는데 남들이 보기엔 로봇춤인것 같을거다. 한때 MBC에서 유행했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있었다. 그중에서 모르모트란 몸치 PD가 춤을 배우는 게 꽤 많이 나왔었는데 정말 그런 몸치가 없다. 왠만한 춤전문가도 그를 가르치면서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그에게 춤선생이 손가락으로 좌우찌르기를 가르치면 그는 동서남북을 찌르고, 그에게 골반을 앞뒤로 흔들며 아랫발을 오른발, 왼발 찍는 걸 가르치면, 그는 골반을 회전하며 말처럼 뒷발차지를 해댔다. 사람들은 그걸 보며 엄청 웃었지만, 난 웃으면서도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내가 내 춤추는 걸 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이 그 PD를 웃으면 그 비웃는 사람이 괜히 밉기도 했다. 


 하지만 난 그렇게 쉽게 낙담하지 않는다. 왜냐? 운동이 그냥 좋으니까. 특히 복식 라켓운동이 좋다. 라켓운동은 운이 좋으면 실력이 낮은 사람끼리 편하게 치면, 특히 실력이 비등비등하면 더 재밌다. 내가 좋은 샷을 날려서 이기기 보단 실수로 점수따서 잃는게 반이 넘는다.  그래도 이길 때 만큼 즐거울 때가 없다. 그리고 고수랑 테니스를 친다 하더라도 내가 제일 못하니까 제일 잘 하는 고수랑 팀을 짜준다. 그 고수가 성격까지 좋으면 그리 편할 수 가 없다. 그는 내가 공을 못받을 걸 알고 내가 칠 걸 그가 대신 쳐준다. 그땐 마치 여렸을 때 동네 싸움에서 힘쎈 아는 형을 앞에다 세워놓고 ‘짜식들아 덤벼’ 하는 느낌이다. 고수님이 잘해서 이긴 것도 내가 잘해서 이겼다는 착각도 든다. 게임이 끝나면 그 고수가 내 단점을 지적하고 잘하는 팁을 자꾸 준다. 그말을 귀담아 듣고 주의깊게 하다보면 얻어걸려서 샷이 잘 들어갈 때도 많다. 하지만 엄격한 고수랑 치면 그날은 주눅들어 계속 실수하고 실수하면 또 야단맞고 주눅들고 더 실수 많이 하는 최악의 악순환도 있다. 그걸 견디면 어느정도까진 할 수 있고 또 실력도 는다. 물론 남들보다 몇배 느리게 늘긴 하겠지만 말이다. 

 운동을 하고 싶지만 뻣뻣해서 힘들고 또 주눅들며 비교당하기 싫다면 최고의 운동은 달리기이다. 상대방을 이길 필요도, 못이겨서 스트레스 받을 필요도 없다. 달리기는 짜릿한 손맛도, 상대방 실수로 점수를 따는 쾌감도, 감춰진 내 저질 실력에서 오는 창피함도 없다. 오로지 달려감 자체의 땀과 상쾌함. 그 이후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감에 따른 고통, 내 곁을 지나가는 풍경과 바람, 그리고 그 목표를 도달했을 때의 성취감이 달리기의 매력이다. 특히 마지막에 내가 정해놓은 거리까지 달려가면서 느끼는 고통과 달성했을 때의 성취감은 다른 운동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는 또다른 깊은 쾌감이다. 난 배드민턴이 더이상 실력이 안늘고 주눅들어 방황할 때 마라톤으로 갈아탔다. 그리고 벌써 하프마라톤 10여회에 풀코스1회를 완주했다. 


"달리기는 신이 사람에게 부여해 준 가장 자연스러운 스킬이다." 


 하프마라톤은 총 21.0975km를 달려야 끝나는 경기다. 6년전 일요일신문배 한강 하프마라톤을 난생 처음 출전했을 때다. 1km 정도 달릴 때는 여유가 있었다. 멀리 콘래드 호텔과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 마포대교를 보며 '할만하네' 하고 미소를 짓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반환점을 돌아서 16km 지점부터는 말 그대로 죽음이었다. 다리의 고통, 옥죄어오는 호흡, 타이어를 질질끌며 달리는 듯한 극한 피로. 하지만 절대 걷지 않겠다고 이 악물고 다짐하며 거의 마비가 된 다리를 겨우겨우 들어올려 발이 땅을 스치듯 뛰어갔다. 그런데 내가 1km를 가뿐하게 달렸을 때 봤던 한강변의 놀이터가 다시 보였다. 그걸 보고 결승점에 다왔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내 온몸이 떨리면서 극한의 아드레날린이 손가락 끝에서 발가락 끝까지 온몸을 휘감았다. 내가 이제 다 왔구나 하면서 느낀 최고의 안도감, 내가 결국 이 어려운걸 해내는구나 하는 순간의 전율, 자기성취의 극치였다. 결승점을 통과해서 바닥에 대자로 누웠다. 한번도 느껴본 적 없는 생경한 골반의 통증까지도 즐거웠다. 마라톤은 그런면에서 최고의 운동중 하나다. 한번도 달리기를 하면서 내 운동신경을 탓해본 적도 내 뻣뻣함에 눈물을 삼킨 적도 없다. 달리기는 사람에게 신이 부여해 준 가장 자연스러운 스킬이다. 더군다나 마라톤은 피복비 빼고 돈이 거의 안드는 최고의 경제적 운동이다. 

  뻣뻣이도 운동할 수 있다. 단 상대방을 이기는 운동은 결국 스트레스로 다가오는 경우가 많다. 그 스트레스 마져 이겨 내고 주눅들고 눈치보임을 이겨내려면 해도 된다. 하지만 그것도 싫다면 달리기로 나를 증명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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