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쉘위 Dec 04. 2021

나아지는 것을 축하합니다

뮤탄트메세지

별이는 요즘 놀랍게도 혼자 그림책을 보며 아는 단어들을 뱉어낸다. 동물들, 과일들을 제법 알아보고 아는 단어들은 자신감 있게 크게 말하는게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자 마자 “ 엄마 하뜨 하뜨 하뜨이러길래 나는 “아뜨 아니야라고 답했는데 내가 못알아듣는게 답답했는지 그림책을 가져와 보여준다. 그제서야 알아듣고 “ 하뜨!” 하며 아이를 바라보니 나를 보며  웃는데 별이도 소통이 되었다는 기쁨을 아는  했다. 별이는 무언가 몰랐던 것을 배우고  밖으로 단어들을 꺼내고 타인과 소통하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는 요즘  기쁨을 보는 엄마빠는 미소 짓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정말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힘들고 고되지만 그것빼고는 다 행복하고 기쁜 것만 기억 되서 버틸수 있는 것 같다. 남편은 아침 내내 부엌에서 뚝딱 거리면서 생일상을 차려줬다. 아무말 하지 않고 모른척 하며 방 안에서 기다리며 남편의 뒷모습을 보는데 애잔하고 고마운 마음이 올라온다. 아이의 성장을 묵묵하게 기다리는 만큼, 남편의 서툼과 부족함도 그냥 기다려 줄 수 있다면 내 모습도 꽤 괜찮을거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결혼과 육아를 하면서 경험하는 나의 세상은 그동안 내가 경험하지 못한 수많은 감정을 동시에 느끼며 또다른 행성을 여행하는 듯 하다. 그 새로운 행성에서 마시는 공기는 때로는 무겁고 때로는 숨이 막히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지금 제대로 숨을 쉬는건가 하는 의심을 들게 하기도 한다. 때로는 내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것 같아서 벗어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참 이상하게도 그 불편한 옷을 적응해 나가는게 나의 이번 생의 영적 수행이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런 마음이 올라오면 폭풍처럼 휘몰았던 마음이 다시 고요해진다. 그렇게 오늘은 아침부터 내 마음을 구석 구석 바라보며 아이와 남편을 바라본다. 어젯 밤 자기 전에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서 목욕을 하고 구석 구석 때를 밀고 달콤한 향이 나는 코코넛 바디 로션을 발라주며 내 자신에게 말해줬다. ‘너는 위대하고 고귀한 존재야. 그러니 네 마음과 몸을 항상 신성시하게 돌봐줘야해. ‘


별이가 내 뱃속에서 나와 가슴 위에 올려졌을 때 제일 먼저 내가 별이에게 해줬던 그 말.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 였던거 같다.


“ 나아지는 걸 축하합니다. 작년보다 올해 더 훌륭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그걸 축하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건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파티를 열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지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비내리던 어느 여름날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