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탄트메세지
별이는 요즘 놀랍게도 혼자 그림책을 보며 아는 단어들을 뱉어낸다. 동물들, 과일들을 제법 알아보고 아는 단어들은 자신감 있게 크게 말하는게 무척이나 사랑스럽다. 오늘 아침에는 일어나자 마자 “ 엄마 하뜨 하뜨 하뜨” 이러길래 나는 “아뜨 아니야” 라고 답했는데 내가 못알아듣는게 답답했는지 그림책을 가져와 보여준다. 그제서야 알아듣고 “아 하뜨!” 하며 아이를 바라보니 나를 보며 씩 웃는데 별이도 소통이 되었다는 기쁨을 아는 듯 했다. 별이는 무언가 몰랐던 것을 배우고 입 밖으로 단어들을 꺼내고 타인과 소통하는 재미에 흠뻑 빠져있는 요즘 그 기쁨을 보는 엄마빠는 미소 짓게 된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정말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힘들고 고되지만 그것빼고는 다 행복하고 기쁜 것만 기억 되서 버틸수 있는 것 같다. 남편은 아침 내내 부엌에서 뚝딱 거리면서 생일상을 차려줬다. 아무말 하지 않고 모른척 하며 방 안에서 기다리며 남편의 뒷모습을 보는데 애잔하고 고마운 마음이 올라온다. 아이의 성장을 묵묵하게 기다리는 만큼, 남편의 서툼과 부족함도 그냥 기다려 줄 수 있다면 내 모습도 꽤 괜찮을거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결혼과 육아를 하면서 경험하는 나의 세상은 그동안 내가 경험하지 못한 수많은 감정을 동시에 느끼며 또다른 행성을 여행하는 듯 하다. 그 새로운 행성에서 마시는 공기는 때로는 무겁고 때로는 숨이 막히기도 하고 때로는 내가 지금 제대로 숨을 쉬는건가 하는 의심을 들게 하기도 한다. 때로는 내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것 같아서 벗어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기도 하지만 참 이상하게도 그 불편한 옷을 적응해 나가는게 나의 이번 생의 영적 수행이구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런 마음이 올라오면 폭풍처럼 휘몰았던 마음이 다시 고요해진다. 그렇게 오늘은 아침부터 내 마음을 구석 구석 바라보며 아이와 남편을 바라본다. 어젯 밤 자기 전에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서 목욕을 하고 구석 구석 때를 밀고 달콤한 향이 나는 코코넛 바디 로션을 발라주며 내 자신에게 말해줬다. ‘너는 위대하고 고귀한 존재야. 그러니 네 마음과 몸을 항상 신성시하게 돌봐줘야해. ‘
별이가 내 뱃속에서 나와 가슴 위에 올려졌을 때 제일 먼저 내가 별이에게 해줬던 그 말.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 였던거 같다.
“ 나아지는 걸 축하합니다. 작년보다 올해 더 훌륭하고 지혜로운 사람이 되었으면, 그걸 축하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건 자기 자신만이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파티를 열어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