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생신

어머니는 제 생일 모르시죠?

by 쉘위

몇해 전, 결혼식을 얼마 앞두고 시어머니 생신날 남편은 가족 식사 자리를 마련했다. 남편은 지금껏 본인 엄마 생신에 밖에 나가서 외식을 하는 걸로 생일을 퉁치는 듯 했다. 저런 무심한 아들을 둔 엄마의 마음과 여자의 마음이 느껴져서 였을까. 결혼 준비로 백화점을 돌다가 남편에게 장갑이라도 사드리라고 했더니 이것 저것 만지작 거리다 하나를 골라든다. 내가 보기에는 촌스러워서 나는 다른 디자은을 골랐는데 남편은 어머니는 본인이 고른 디자인을 좋아하실거라면서 계산을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첫 생신이라 조금 무리해서 캐시미어 목도리를 선물해드렸다.



식사자리에서 선물을 드렸는데 표정이 별로 좋지 않으시다. 만지작 만지작 거리시는데 별로 마음에 드는 표정이 아니다. 그래도 애써 나는 그 표정을 못 본채 했다.


‘나는 내 할 일 했다. 마음에 안들고 들고는 본인 몫이지.’

그런데 자꾸 신경이 쓰인다. 결국 다 사람은 느껴진다.

한마디 하신다.


“ 영수증 있냐?”

“ 네?”

“ 다른 걸로 바꾸고 싶어서”

“ 아. 이거 서울 갔다가 백화점에서 사서 교환이

힘들텐데요.”

“ 왜? 마음에 안드세요?”

“ 큰 딸이 몇년전에 사준 목도리랑 비슷해서”


.

.

.


한동안 아무말을 할 수 없었다.

어떤 반응을 해야하는거지..


“옆에 있던 아버님은 색깔이 똑같지가 않은데 뭐.

이것도 이쁜데 그냥 해.”

어머니는 내키지 않는 투로 “그려”

그러시더니 남편이 사준 촌스러운 장갑을 보며

이쁘다고 좋아하신다. 본인이 좋아하는 색이라며.


“ 어머니, 목도리 마음에 안드시면 바꿔드릴까요”

하고 다시 물으니

“ 됐다. 다음에는 그냥 현금으로 줘. 내가 필요한거 살게”


“ 아. 네.. 현금이요..”


올라오는 화와 불편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썼다. 괜히웃고 괜히 분위기 맞추며 그렇게 식사자리를 하고 나와서 집으로 돌아와 남편이랑 대판 싸웠다.


무슨 이런 경우가 다 있냐며!


나는 엄마 생일에도 그렇게 비싼 목도리 선물 해드린 적 없는데 그래도 며느리가 사준 첫 선물인데 현금으로 가져오라고 하는 건 도대체 무슨 경우 인건지. 결혼이고 뭐고 난 안한다며 소리 소리를 질렀었다.


그래도 그땐 남편은 내편이 되었었다.


“ 그러게. 엄마가 너무 하셨네..”


그 말 한마디에 화는 좀 가라앉았지만 어머니를 향한 내 마음은 그 때 부터 차가워졌다.


그리고 작년에는 그냥 코로나 핑계로 모른 척 하고 넘어가기도 했지만 적어도 어머니 생일이랑 며칠 차이나는 내 생일은 어머니가 알고 계실지 궁금했다. 물론 그런걸 남편이 어머니에게 가서 말할 가능성은 아주 적고, 어머니가 내 생일이 언제냐고 물어봐서 챙길일 또한 아주 적다는 것을 알았기에 결혼하고 처음 맞은 시 어머니 생신도 불편한 마음만 한겹 더 쌓인채로 지나갔다.



올 해 내 생일날에는 남편에게 선물하나도 받지 못하고 넘어갔다. 본인은 아침부터 미역국을 끓여주고 밖에 나가서 외식 한걸로 자기 소임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물론 시어머니는 알리가 없고. 우울한 생일 날이였지만 술을 진탕 마시고 술 기운에 업되서 그냥 저냥 지나갔다.남편이라는 인간은 이벤트나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재주 같은건 없다는 것을 파악한 이후로 이제 기대를 하지 않고 사는게 내 정신 건강에 좋겠다고 점점 무미건조한 삶을 적응해 가보려고 하지만 나는 도저히 이렇게 재미없게 사는 건 내 영혼이 너무 파삭 파삭 해지는 것 같아서 뭐라도 내 삶에 이벤트를 만들어서 즐겁게 살고 싶다.


그런데, 나는 그걸 왜 시어머니 생신 날에 하고 있는걸까.


코로나 방역이 심해져서 4인이상 집합이 금지되어서 결국 시어머니 생신을 우리 집에 초대해서 같이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최대한 손이 덜 가되, 손님 맞이용으로 나쁘지 않은 샤브 샤브를 준비 했는데 야채 손질 하고 육수 내는일도 시간이 걸리다 보니 남편에게 내가 하다가 마음이 또 틀어질 수도 있으니 막판에 마음이 바뀌면 그냥 중국 음식을 시켜먹자고 했지만 한편으로는 시부모님을 처음으로 집으로 초대하니 잘 대접하고 싶은 마음과 긴장하는 마음과 편하지 않는 마음들이 뒤 엉켜져 분주한 마음은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다녔다.


손이 느린 남편은 음식 준비 하는데 도움이 별로 되지 않으니 애기 데리고 나가라고 하고 나는 그 사이 시장을 보고 집에와서 잠시 명상을 하고 명상 음악을 틀어놓고 최대한 좋은 마음으로 음식을 대접해야 겠다고 의도를 담아 식탁을 세팅하고 집을 청소를 하고 음식을 차려냈다.



그러면서 왜 이런 마음들이 올라올까 바라보기도 했다.

항상 음식 평가하는게 익숙하신 시어머니 태도 때문이였을까. 좋은 마음으로 대접을 하는데 평가 받는 듯한 그 느낌이 계속 불편했다.내가 좋아하는 친구들을 초대할 때랑 어찌 마음이 이리도 다를까. 몸이 안좋아서 2주 동안 친정엄마에게 집으로 와 달라고 부탁을 해서 매일 엄마가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얹어서 먹다가 시 어머니 생신날 앞치마를 메고 분주히 움직이는 내 모습도 이상하게 낯설었다.



불편했지만 불편한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애썼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시고 나니 뭔가 산 하나를 넘은거 같아서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진거 같기는 하지만 애초부터 몸이 불편하더라도 내 마음 편하자고 한거기는 한데


남편은 본인 엄마 생일날 뭐하는거지?

왜 내가 이 수고로움을 다 해야되는거지?

시어머니는 왜 며느리 생일을 안 챙기는거지?


이런 저런 피곤함이 몰려온다..


최대한 내 마음 편하게

내 도리만 하자는 생각으로

하는데도 불편하다.


정말 ‘시’ 자가 들어가면 이렇게 다 불편한걸까.


왜 그렇게 똑 부러지게 할 말 다 하고 살면서

시댁식구들 한테는 날은 세우면서도 무디어지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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