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버티는 힘

모닝 리츄얼

by 쉘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하는 일은 마당에 나가서 기지개를 켜는 일이다. 여전히 아침저녁으로 찬 공기로 쌀쌀 하지만 마당에 나가서 햇살을 맞으며 마당을 왔다 갔다 하다 보면 몸이 서서히 데워진다. 그리고 다시 부엌으로 들어와 물을 끓이고 차를 만든다. 뜨거운 차를 천천히 마시며 밤새 잠들어 있던 장기들을 천천히 깨워낸다. 뱃속에서 신호가 와서 화장실을 시원하게 다녀오면 그 날 아침은 평소보다 더 기분 좋게 시작한다.

얼마 전까지 아침에 서리가 내리던 진안은 작은 새싹들이 혹시나 얼어 죽지나 않을까 염려가 돼서 주말마다 산에 올라 긁어모아온 낙엽들을 두둑이 덮어줬더니 다행히도 얼어 죽은 애들 없이 건강하게 쑥쑥 자라고 있다. 요즘은 그 아이들로 밥상을 차리는 기쁨이 꽤나 쏠쏠하다.

얼어붙었던 땅이 녹기 시작해서 밭을 만든다고 호미질과 삽질을 한나절 동안 하고 나면 매일 밤 여기저기 쑤시는 곳에 혼자 파스를 붙이고 잠이 들며 다시 일어나 또다시 아무도 시키지도 않는 일을 혼자 해 나간다. 그런 일상들이 켜켜이 쌓여서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내 일의 가치가 보상받고 자연은 인정해주고 있는 듯해서 알 수 없는 나만의 충만감과 뭉클함이 가슴에 잔잔히 퍼지면 기쁨의 눈물인지, 슬픔의 눈물인지, 감동의 눈물인지 복잡한 나의 감정들이 응축돼서 땀방울만큼이나 귀한 살아있는 눈물이 흐른다.

오늘은 올해 처음으로 비트를 수확했다. 흙 위로 새초롬하게 올라온 비트를 언제 뽑을까 고민하다가 풍성하게 자란 치커리와 루꼴라, 상추들과 같이 샐러드를 만들려고 쑥 뽑았는데 동글동글, 알차게 잘 영근 비트가 오늘 아침 나를 활짝 웃게 해 준다. 감사가 절로 나오는 아침이다.

가끔 내가 꿈꿔온 삶에서 지금 살아가고 있는 감사함을 잊어버릴 때가 있다. 도시에 살면서, 오랫동안 내 집 없이 전 세계를 여행하는 동안 바랬던 그 꿈이 이뤄지고 난 이후에 자극 없는 일상이 때로는 지루하기도 하고 식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작년에 처음 이 집에 와서 오래되고 낡은 집을 쓸고 닦으며 반짝반짝 빛을 내는 그 시간들이 신났던 것도 변화하는 기쁨과 성취감이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내 손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의 한계와 이 집에서의 가능성이 막연해지면서 쉽사리 손을 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힘을 들인 만큼 나중에 아쉬워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커서 일지도 모르겠다. 내 몸 하나 편하게 누울 곳만 있으면 괜찮다는 마음과 번듯한 주방과 이쁜 집을 갖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내 마음은 점점 심드렁 해지고 있다. 그래도 그림을 그리고 흙을 돌보고 채소들을 키우는 일은 지금 이 순간에 내가 머무르며 다시 나에게 돌아오는 기쁨이 넉넉하기 때문에 아끼지 않고 사랑하는 게 아닐까 싶다. 그것이 나를, 내 삶을 사랑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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