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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쉘위 Sep 26. 2020

엄마가 되고난 후, 나는 왜 자꾸 화가 날까

 욕구 불만

엄마가 되고 난 후 
시도때도 없이 올라오는 짜증과 화가 당황스럽다.

‘ 내가 이렇게 화가 많은 사람이었나.’
‘ 도대체 이 화는 어디서 온건가.’
‘ 화는 도대체 무엇인가.’
‘ 화를 내고 나면 왜 이리 숨쉬는게 답답할까’

‘ 화는 내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


화를 참는 것도 좋지 않지만

화를 내고 나서도 시원한것만은 아니다.


그렇게 혼자있는 시간이 점점 많아지니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그러다 남편이 돌아오면 하루종일 
참고 있던 화가 터져나올것만 같아서 
오늘은 평소보다  너무 피곤하고 지쳤는지

저녁을 대충먹고 쇼파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일어나니 젖병은 여기 저기,
식탁은 지저분, 부엌은 난장판,
쓰레기통에는 가득찬 기저귀.


휴. 한숨이 나온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어서

눈에 보이지만 하지 않았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은 아무말 없이 
앞치마를 메고 식탁을 치우고 설겆이를
하고 젖병을 씻고 아이 분유를 탄다.

우리는 그동안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고맙고 하루종일 일하고 돌아온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집안이 엉망이 되어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짜증이 났고 하루종일 어떻게 지냈는지 내 마음 한번 물어봐주지 않은 남편하게 서운하기도 하고 표현 할줄 모르는 남편의 모습이 또 화가났다.

그 짧은 시간, 떠오르는 수많은 감정들.
오늘은 그냥 바라보기만 했다.


말 대신 내 가슴을 느끼려고 했다.



대화가 하고 싶은데 대화가 안되는 남편이 답답하니 대화를 시도 할 때마다 자꾸 화가 났다. 엄마가 되고 난 후 하루종일 먹고 자고 싸는것도 내 마음대로 못하고 사는 요즘, 가만히 있어도 짜증이 난다. 며칠 전에는 배가 아파 죽겠는데 화장실로 지금 막 뛰어가야 되는 타이밍인데 아이는 울고 젖병을 물려봐도 뱉기만 하고. 이러다 똥이 그자리에서 나올것만 같았다. 이게 사는 건가 싶다. 백일이 지난 후 미친듯이 빠지는 머리카락에 온 집안에 머리카락이 굴러다니는 것만 봐도 짜증이 나고 거울에 비친 골룸 같은 내 모습도 짜증이 나고. 뭔가 재미있는 일로 신나는 마음, 설레는 마음이 그리운데 매일 쳇바퀴 도는 일상이 답답하고 지겹고 지긋 지긋해서 아침에 눈을 뜨기가 싫다.

마음을 나눌 친구가 있으면 좋겠는데 시골에서 고립된 삶은 나를 점점 더 외롭게 하는거 같다. 힘들어도 일을 하고 싶은 마음도 성취감을 얻고 싶어서 그런거 같고. 어느것 하나 내 욕구가 충족이 되지 않으니 그렇게 화가 났던거 였다.



나의 열망과 기대를 발견하고 스스로 채우면 좋겠지만

결혼과 육아는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 열망과 기대를 바라보고 상대에게 원하는 것을 분명히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는 밤.


아이가 잠이 들면 팔레트를 펼친지 스무날이 되가는 오늘.남편은 내가 밤이 되면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라고 본인은 작은 방에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아이가 조금 더 크면 나는 텃밭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고, 나만의 공간에서 그림 그리는 동안 방해받지 않을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해야겠다. 가끔 명상센터에가서 봉사도 하고, 아이들 가르치는 일도 내년에는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나만의 자유시간을 갖는 것도.


내 영혼이 기뻐하는 일, 잊어버리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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