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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Oct 22. 2016

<킬 유어 달링>

영화에세이

외롭지는 않은데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싶다. 누군가 내 세상으로 걸어와 무료한 나의 삶을 깨뜨려주길 바란다. 그 어떤 것도 좋으니 내가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경험을 선사해줄 수 있으면 된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만큼 잔인하게 죽어가는 것도 없다. 감정이 고갈되거나 잠시 정지하는 게 싫다. 나는 지금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줄 이가 필요하다. 쓰지 않을 수 없어서 쓰는 글처럼 덜어낼 수 있게 가득 채워졌으면 한다. 가볍게는 하루의 일기처럼 백지를 채우는 기록이 될 것이고, 깊게는 예술의 재료가 될 것이다. 획일화된 나의 색깔에 다른 이의 색깔이 뒤섞여 나올 조합이 궁금하다.


혼자라는 걸 느끼고 싶지 않은 것이지 혼자이고 싶지 않다는 게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필요에 의한 것이지, 갖고 싶은 게 아니다. 마치 사랑하는 것처럼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 것처럼 굴지만, 그의 세상을 다 알고 나면 나는 더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한 캐릭터와 복잡한 상황 그리고 비밀을 사랑했던 것일 뿐이니 너무 가까이 오려고 하면 나는 놓을 수밖에 없다. 어딘가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건 순수하지만, 글을 쓰기 위한 수단으로 끌어들인 것은 불순하다. 목적을 위해 누군가를 찾고 그 쓰임이 다하면 다른 사람을 찾는다. 불편한 진실 중 하나는 우리는 누구나 버리고 버림받은 적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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