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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Dec 08. 2016

<블루 발렌타인>

영화에세이

자녀가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지녔다면, 그것은 부모의 영향이 크다. 나는 자주 다투고 서로로 인해 힘들어하시는 부모님을 보며, 두 사람은 더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부모님도 사랑해서 결혼했을텐데, 미치도록 사랑하던 때가 있었을텐데, 결국에 식어버리는 사랑의 형태를 보고서 나는 사랑을 믿을 수가 없었다. 마치 사랑할 때는 죽고 못사는 것처럼 굴어도, 사랑이 식는 순간 죽기 살기로 싸우는 것처럼 사랑은 잠시 타올랐다가 꺼지는 폭죽이었다. 얼굴만 마주해도 다투는 부부,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자녀, 대화가 없어진 식탁에 앉아 꾸역꾸역 삶을 삼키는 우리, 끝내 쓸쓸히 죽음을 맞이할 나. 아름답던 시절을 지나가고, 식어버린 사랑은 되살릴 방법이 없다.

   

신성한 결혼의 서약, 사랑의 맹세도 사랑을 책임지지는 못한다. 내가 원한 사랑의 과정은 결혼을 하고서도, 아이를 낳고서도 연애할 때와 같은 모습을 하는 것이었다. 다른 이와는 다르게, 부모님처럼 되지 않도록 가장 사랑할 때의 모습으로 세상이 멈추는 것이었다. 달콤하고 낭만적인 결혼생활이 마냥 환상이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허나 이에 사랑은 반증이라도 하듯, 시간이 지날수록 우울한 현실만을 여실히 드러냈다. 더이상 나를 위해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고, 그 무엇을 하려던 그를 볼 수 없었다. 그는 여전히 내게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사랑의 증거는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내게 정녕 영원한 사랑이란 없다고 하여도, 나는 사랑이 식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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