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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Dec 10. 2016

<로렌스 애니웨이>

영화에세이

나는 당신이 되고 싶다. 당신이 여자가 되고 싶은 것처럼 나는 당신이 되어 당신을 이해하고 싶다. 제아무리 나 자신을 속여도 당신의 변화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나는 마음 한 구석에 매일 고요한 돌풍이 불어온다. 두려운 것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 낯선 당신의 얼굴을 마주하고도 짓는 미소, 괜찮다며 당신과 나를 속이는 말들. 이미 모든 것이 전과 달라졌고, 그것은 당신을 바라보는 나도 마찬가지다. 새롭게 태어난 당신이 이 세상에 적응해 갈수록, 우리가 여태 다져놓은 세상은 무너져간다. 그와 동시에 행복인지, 과거인지, 당신인지 아니면 이 모든 것일지 모를 무언가를 나는 빠르게 상실하고 있다. 이윽고 내가 사랑하는 당신의 이름이 내게서 요원해진다.


누구의 잘잘못을 묻기에 우린 너무 지쳤다. 아니, 지친 것은 나이고 이기적인 것은 당신이라 말하고 싶다. 최선을 다했다는 말도 필요가 없다. 당신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 합당한 이유를 찾아내어 나 자신을 설득시키려 해도 나는 결국 도망치는 것이다. 그 어떤 말을 해도 나는 사랑의 죄책과 책임으로부터 달아나지 못한다. 당신 곁에 있으면, 당신이 사람들로부터 듣지 않았으면 했던 말들을 어느새 토해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가 바로 당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가장 큰 방해자가 되는 것이다. 나는 '그런 나'를 용서하지 못하고, '그런 나'는 당신을 용서하지 못한다. 사랑하는, 이제는 사랑했던 그 이름을 불러보고 싶어도 나는 부르지 못할 것이다. 비록 나는 당신의 세계를 나가지만, 당신의 이름내 가슴 속에 추억과 함께 새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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