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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Dec 11. 2016

<아이 킬드 마이 마더>

영화에세이

나는 엄마를 사랑하는 만큼, 엄마를 사랑하지 않기도 하다. 예전이고 지금이고 당신을 사랑하는 데에는 변함이 없지만, '엄마'라는 존재가 내 삶의 전부는 아니다. 자꾸 어릴 때의 나를 그리워하며, 지금과 비교하는 것도 멍청한 짓이다. 어릴 땐 말 잘 듣고 착한 자식이었을지 몰라도, 그것을 지금에 와서도 기대해서는 안된다. 당신도 내게 과거엔 좋은 엄마였을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엄마야말로 나를 위하는 척 하지만 내 삶을 망쳐놓으려는 가장 큰 방해꾼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내가 원하는 삶을 자꾸 통제하려드는 당신과 나는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원망하고, 증오하며 당신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순간들이 늘어만 갔다. 머릿속에서는 이미 수차례 당신을 죽이기도 했다.

   

내가 엄마를 사랑하는 데에는 많은 것이 과장되어 있다. 내가 당신 곁을 떠나지 않는 이유는 단지 당신의 자식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며, 엄마를 사랑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다. 우리는 사랑할 수 밖에 없어서 사랑하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어서 사랑한다. 당신도 분명 나를 짐처럼 여길 때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을 때가 있었을 것이다. 부모와 자식은 가장 사랑하지만, 동시에 가장 싫어하기도 하는 모순적인 관계이다. 나와 엄마는 가장 친한 친구이다가도, 헤어짐을 코앞에 둔 진저리 나는 연인이 되고, 나는 엄마 밖에 없다가도, 엄마가 없었으면 했다. 하지만 나로 인해 피눈물 흘릴 당신을 떠올리면 죄스러워서 모든 나의 잘못을 되돌려 놓고 싶었다. 시간과 공간, 의식과 무의식, 광고와 낙서 속에서도 나는 당신을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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