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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Dec 12. 2016

<똥파리>

영화에세이

불행은 마치 당신의 숙명인 것처럼, 당신의 삶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이제 겨우 평범하게 살아보려는 당신에게 행복은 사치인 것 마냥 온갖 불행들이 당신을 끈질기게 붙잡고서 놓아주지 않는다. 대체 무엇을 그리 잘못했냐며 세상에 소리쳐 봐도, 돌아오는 건 이유 모를 불행의 연속들이었다. 세상이 당신에게 그어버린 수많은 칼자국은 흉터로 남아, 아픈 기억들이 자주 당신을 들쑤셨다. 겨우 옷 한자락으로 흉터를 가리고 나면, 당신은 여느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바 없어보였다. 하지만 상처로 얼룩진 내면은 가릴 수도, 덮을 수도 없어 당신의 마음 속 한 구석에는 늘 응어리가 져있었다. 순탄치 못한 길을 기어올라오며 남들이 겪는 아픔보다 수백배는 더 아팠을 당신에게, 나는 당신만큼 절박해보지 못해서 아무런 말도 쉬이 건넬 수가 없었다.

   

당신을 가장 괴롭히는 건 다름 아닌 기억이었다. 어릴 적의 가정환경, 아버지에 대한 분노, 용서할 수 없는 상황들이 숨어있는 당신의 연약한 부분을 현실로 끄집어 내곤 했다. 남을 때리고 욕하고 괴롭혀 분노를 표출하고 나면, 잠시라도 고통스런 기억을 잊을 수 있었다. 약자는 약자를 괴롭히며 살아가고, 악이 또다른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그 누구도 당신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 기댈 곳 없이 혼자서 모든 걸 다 감내해 온 당신이 독한게 아니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라고 앞뒤 안가리고 깡패처럼 한 사람을 때리고 또 때리는 세상이 독한 것이었다. 사랑이라는 단어조차 낯설고 거부감이 들어, 누군가를 대할 때면 늘 표현이 서툴고 거칠었던 당신이었다. 하지만 당신의 진심은 상처처럼 언제나 뒤에 가려져 있어서 언제나 그 속에는 정이 있었다. 막장같은 인생이라도 꿋꿋이 포기하지 않고, 당신을 괴롭히는 세상에 반항하듯 꾸역꾸역 그래도 잘 살아와줘서 그저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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