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눈물은, 나의 이야기였다.

고통을 넘어 기도로 이어진 만남

by 레푸스



그날, 당신은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습니다.

“형제님의 글을 조용히 읽어왔어요.”

목소리엔 떨림이 있었고,

그 떨림이 단순한 감동이 아님을 단번에 느꼈습니다.


9년째 루게릭병을 앓아온 당신.

말보다 더 깊은 삶의 언어를 지닌 사람.

당신은 내 글을 읽은 ‘독자’가 아니라,

나와 같은 강을 건너고 있는 ‘형제’였습니다.


그 고백은 조용한 울음 같았습니다.

소리 없이, 그러나 선명하게

나의 내면을 물들이던 그 날의 감정들.

내 고통이 누군가의 심장에 닿았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하나의 기적이었습니다.


오히려 고통은, 가장 깊은 자리에서

서로를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다리입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지는 통증.

보이지 않아도 전해지는 위로.

그날, 나는 알았습니다.

우리의 삶은 몸이 아닌 마음으로,

더 깊고 진하게 이어져 있음을.


나도 근육병을 앓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글을 씁니다.

더는 움직이지 않는 것을 애도하기보다,

아직 남은 감각으로 사랑하기 위해.


당신이 조용히 읽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오늘을 다시 살아낼 이유를 얻습니다.

당신의 눈물은,

내 안에 있던 오래된 아픔을 조용히 끌어안아 주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 고통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압니다.

나는 근육병을 넘어

세상의 고통을 향해 기도합니다.


병명을 달리한 수많은 고통들 앞에,

나는 이 몸을 하나의 제대처럼 바칩니다.


루게릭병으로 잃어가는 이,

항암의 긴 밤을 견디는 이,

작은 병실에서 미래를 꿈꾸는 아이,

침묵 속에 하루를 묻는 노인에게 이르기까지—


나는 오늘도 그들의 이름을 부르지 못한 채,

다만 이렇게 기도합니다.


누군가의 삶이 조금 덜 아프기를.

누군가의 밤이 덜 차갑기를.

그리고 누군가,

당신처럼 조용히 울고 있던 이가

이 글 속에서 ‘나도 살아 있다’고

말할 수 있기를.


ChatGPT Image 2025년 4월 27일 오전 11_33_14.png


이 글이

누군가의 기도와 숨결이 되기를 바랍니다.

고통을 품은 당신에게,

그리고 세상의 모든 눈물에게—

내가 가진 가장 조용한 사랑을 보냅니다.


그리고 만일,

누군가 내게 이렇게 묻는다면—

“당신은 하느님과의 만남을 이루셨습니까?”

나는 조용히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예, 만나 뵈었습니다.

그리고 당신께도,

부활의 은총이 함께하시길 빕니다.”


이 모든 고통과 사랑,

만남과 기도를

하느님께 봉헌하며—


영광이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아멘.

병은 때때로 우리를 세상에서 멀어지게 합니다.

하지만 고통은 사람을 갈라놓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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