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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몽 Dec 14. 2020

부캐 전성시대

본캐를 찾아서

대학을 졸업하고 한창 취업을 준비할  “자기 PR시대라는 말이 시작되었던  같다. 미덕이라 생각하던 겸손 따위는 버리고 자기 스스로 이미지를 만들고 브랜딩화해서 가장 최적의 것을 상대방에게 알려야 한다. 자기 자랑이 아닌 상대방이 호감을 가질 정도의 적당한 포장이 필요했다. 요즘은 거기에 더해 새로운 이미지  개씩을 더해야 한다. 바로 부캐가 판을 치는 전성시대가 되었다. 예전에는  가지만 몰두하지 못해 단점으로 생각되었던 것들이 지금은 다양한 재주를 가진 능력자로 평가되고 있다. 물론 부캐에 앞서 본캐가 확실하다면 말이다.


 또한 여러 가지 부캐를 가지고 있다. 그림책을 소개하는 그림책 큐레이터, 그림책으로 마음을 나누는 그림책 테라피스트, 그림책 공방을 운영하는 숨결지기, 아날로그 / 레트로를 지향하는 감성 테라피스트, 글쓰기를 통한 브런치 작가, 핸드메이더의 로망 아이디어스 작가 . 여기에 더해 얼마  새로 들인 타자기를 이용해 ‘미주학원 미쎄쓰킴이라는 부캐도 추가했다. 그런데 부캐는 많은데 정작 본캐는 확실하지가 않다는 것이 문제다. 꾸준히 하나를 가져가되 다른 것을 접목시켜야 하는데  벌리기에는 국가대표 선수 급이다. 이것저것 해본 일이 많아서인지  하나 생각하면 직접 만들어야 직성이 풀려서 배우는 것도 많고 해야  일도 많다. 말이 좋아 부캐이고 취미 부자이지 산만하고 정신없는 시간들로 하루를 가득 채우고 있다. 밀린 강의들이 도대체  개란 말인가. 글을 쓰다 보니 책을 내고 싶고 출간이 쉽지 않아 독립출판을 생각하게 되고 책도 직접 엮어 만들어볼까 양장 제본을 배우는 식이다.   문장만으로도 글쓰기에 도움되는 책들을 들이고, 독립출판을 위한 강의를 듣고 양장 제본 강의를 듣는다. 어마어마한 에너지 소비가 아닐  없다. 하는 일이 많아지니 그에 따른 도구와 연장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는 일만 많으면 다행인데 연장 욕심까지 있어서 이건  수집병 수준이다. 읽지 못한 책들이 가득하고   칸으로는  많은 물건들을 담아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작업실  공방을 그토록 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림책 『달의 왕과 사라진 장난감』에서 달의 왕은 지구에서 아이들의 장난감을 훔쳐와 수많은 외계인에게 자신의 장난감을 정리하는 일을 시키며 살고 있다. 달의 성에는 지구에서 만들어진 모든 장난감이 가득하여, 종류별로 모아둔 방까지 있었다. 그럼에도 달의 왕은  많은 장난감을 갖고 싶어서 안달이 나있고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하면 상심하거나 화를 내기 일쑤다. 원하는 장난감을 모두 가졌지만 함께 나눌  있는 이가 없어  외롭고 행복하지 않았다.


가끔 아이가 사라진 장난감을 찾아달라며 온갖 짜증을  때가 있다. 스스로 장난감 정리를 하지 않은 탓이라며 아이를 야단치면서도  또한 사라진 장난감이 어디 있는지 몹시도 궁금해 하루 종일 장난감을 찾으러 다니기도 했다. 진짜 지구 아이들의 장난감을 훔쳐가는 달의 왕이 있다면 아이를 야단칠 일이 아니었다. 나의 부캐에 속한 많은 도구와 연장들도 나에게는 장난감과 같다. 어른의 장난감도 아이들의 장난감과  다를  없다.  때는 신나게 놀다가 싫증 나면 금세 잊혀 지고는 한다. 그러다 문득 장난감이 생각나 찾게 되면 도통 어디에 두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가 있다. 달의 왕이 어른의 장난감도 탐하는 것일까?


나는 부캐 부자이긴 하지만 그렇다  본캐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부캐의 점을 따닥따닥 찍다 보면 어느샌가 이어질 선이 있음을 믿는다. 그동안의 삽질과 허튼짓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듯이 지금의 부캐들이 모여 나를 대표할 본캐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달의 왕이  장난감들을 훔쳐 가기 전에 잊혀지지 도록 장비 간수나 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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