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필명을 정하기까지 그리고 그 의미를 정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초등학교 1학년, 그림일기장으로 시작한 나의 일기는 한 번도 멈춘 적 없었으나 또 한 번도 계속 간 적이 없다. 때로는 손바닥만 한 다이어리에, 핸드폰 메모장 속에 또 때로는 나에게 보내는 이메일 어딘가에 숨어만 있던 이야기들.
그것들을 한 데 모아두지 못했던 건, '걸어둘만한 이름과 의미를 찾지 못해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오래 고심해놓고도 이제야 꺼내 먹는 걸 보면 그저 지금 용기가 생겼을 뿐.
시험 준비한다는 핑계 아래, 이것도 못하고 저것도 못해보느라 기어코 다짐을 하고야 만 것이다.
기록을 해야겠다고.
괜찮아지고 멋있어지면, 언젠가 꽤 그럴싸해지면, 어쩌면, 저쩌면. 그렇게 놓쳤던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리고 얼마나 큰 상실감을 남겼는가. 알아버린 이상 용기를 내야한다.
게다가, 뭐든 원래 막 나왔을 때가 제일 싱싱하니까! 용기도 막 생겼을 때 저질러야 한다.
아직 무엇을, 어떻게 기록해야 할지 모르는 병아리지만 하다 보면 뭔가가 되겠지.
그저 나의 이 소소한 행위가 내 마음 어딘가, 작은 위로가 되어주기를 바랄 뿐.
한 번도 멈춘 적 없지만, 계속 간 적도 없는 나의 이야기. 지금, 여기의 마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