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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hilelife Feb 05. 2024

공자는 떡볶이를 좋아했을까?

제가 사는 곳에는 걸어서 10분 거리에 시장이 있습니다. 시장 골목에는 맛있는 떡볶이 집이 한 군데 있지요. 가격도 저렴하고, 어린 시절 학교 앞에서 먹던 떡볶이의 추억이 떠오르는, 그런 맛을 낼 줄 아는 집입니다. 달콤하고 매콤한 양념쫄깃한 떡과 어우러지는 떡볶이는 최고의 간식이자 훌륭한 한끼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을 데리고 가끔 떡볶이를 먹으러 갑니다. 시장의 분위기도 즐기고 맛좋은 떡볶이도 먹을 수 있으니 말이에요.


2000년 전, 공자의 시대에는 떡볶이가 없었습니다. 당시에 떡볶이가 존재했다면 공자는 떡볶이를 좋아했을까요? 실제로 <논어>의 향당편에는 공자의 식생활과 관련한 기록이 있습니다.



상하여 쉰밥과 상한 생선, 부패한 고기를 먹지 않으셨으며, 빛깔이 나쁜 것과 냄새가 나쁜 것을 먹지 않으셨으며, 요리를 잘못한 것과 제철에 나지 않는 것을 먹지 않으셨다. 고기가 많더라도 밥보다 많이 잡수시지 않으시고, 술은 일정한 양이 없으셨으나 어지러운 지경에 이르지는 않으셨다.

食饐而餲, 魚餒而肉敗, 不食, 色惡不食, 臭惡不食,  失飪不食,  不時不食.
肉雖多, 不使勝食氣, 唯酒無量, 不及亂.

향당(鄕黨) 8장


위의 내용을 보면 공자는 제철 재료로 잘 만들어진 음식을 과식하지 않고 적절히 드신 듯 합니다. 쉬거나 상한 음식은 절대 드시지 않고 고기와 술도 적당량만 드셨다고도 하고요. 음식이 귀했을 그 옛날에도 절제력 있는 식습관을 일상에서 실천하시다니요. 저는 음식이 흔해진 현대에 살면서도 마치 지금 아니면 못먹는 것처럼 과식하고 배가 아파 소화제를 먹고 있으니, 그 자기 절제력이 천지차이입니다.


사실은 이것만 가지고는 공자가 떡볶이를 좋아하셨을 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알 수 있는 것은, 공자는 뒤에 태어난 이들에 대한 기대와 애정이 컸다는 사실입니다. 다음의 논어 구절을 보면 그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뒷 세대들은 두려워할만 한 것이니, 
어찌 뒷세대들이 지금 사람만 못하겠는가.

子曰 後生可畏, 焉知來者之不如今也.

자한(子罕) 22장


위의 구절을 보면 공자는 당시의 석학들 또한 인정하고 있지만 뒷 세대들은 그 보다 더 뛰어나리라는 기대감을 드러냅니다. 이는 지금까지 축적된 학문의 결과를 습득하고 이를 이어 더 큰 학문으로 확장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입니다. 그러므로 현 석학들이 더욱 분발해야한다는 채찍질이기도 하고요. 또 다음 구절을 읽어보면 공자가 자신보다 더 어린 젊은 세대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욱 잘 드러납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늙은이는 편안케 해주고, 벗에겐 믿음을 주며 젊은이들은 포용해주리라.

子曰 老者安之, 朋友信之, 少者懷之.

公冶長 25


공야장 25장에서 공자의 제자인 안연과 자로가 공자를 모시는 자리에서 하신 말씀입니다. 공자가 자신의 두 제자에게 각자 자신의 뜻을 말해보라고 하니 자로와 공자는 자신의 이루고자하는 인격의 경지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자로가 공자에게 공자의 뜻을 물으니, 공자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매우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말이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들입니다. 각각의 세대에 맞게 상대의 심리적, 사회적 상황에 맞추어 행동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모두 내려놓았을 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위에서도 공자는 자기보다 젊은 세대는 포용하고 안아준다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뒷 세대의 가능성을 믿고 포용해주었던 공자의 마음으로 미루어보아, 뒤에 태어난 우리들이 '떡볶이 한 그릇 사주세요!'하면 흔쾌히 사주시며 떡볶이 먹는 우리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아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건네는 떡볶이도 한 점 아주 맛있게 드셔주실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말이지요. 결론은 이것입니다. 공자의 식성에 떡볶이가 맞지 않더라도, 뒷세대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공자는 기꺼이 우리와 떡볶이 한 접시를 뚝딱하실 것이라는 말이지요. 그리고 살아가는 일에 대해 힘들어하는 우리들을 토닥여주고 조언도 해주고 야단도 치며 우리의 성장을 진심으로 응원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논어를 여러번 읽어보다 보니, 처음 논어를 접하였을 때는 알 수 없었던 것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논어의 글자 사이, 행간의 사이에 스민 공자의 사랑입니다. 공자의 제자와 공자의 말을 비교하여 음미해보면 확실히 공자의 사랑은 형용키 어려울 만큼 크고 깊습니다. 


모든 살아있는 것에 대한 사랑과 경외와 존경이 공자 철학의 토대라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일까요. 공자의 철학은 삶의 모든 부분을 망라합니다. 인간의 다각적인 성장을 위한 주옥같은 공자의 말들은 지금 우리의 삶에도 유효합니다. 그러므로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공자의 <논어>는 최초의 '자기계발서'라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자기계발서를 좋아해 많은 책들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럴때마다 느꼈던 것은 공자의 문장 하나하나가 자기계발서 한권한권으로 다시 출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2000년 전을 살아갔던 공자의 세대들에게도 삶의 진리는 동일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것만 보아도 공자의 <논어>는 그저 '옛 것', 그래서 잊혀져도 되는 것으로 치부될 수 없는 존재감이 있습니다. 


가볍게 글을 쓰려고 했는데 너무 무겁게 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제가 추구하는 글은 이것입니다. 공자의 문장을 통해 어떤 속도와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는 것이 나은 것인지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자간과 행간에 남겨진 공자의 그 사랑을 함께 나누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너무나 먼 옛날이 되어버렸지만, 그 사랑은 지금도 유효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보잘것없고 소소한 인물인 나같은 사람도 큰 인물이었던 공자의 기대주이자 사랑의 대상이었음을 항상 기억해보고 싶습니다. 


공자는 떡볶이를 사랑했을까요? 다시 한 번 정리해보자면 공자가 진정 사랑하는 대상은 떡볶이가 아니라, 떡볶이를 즐겨 먹으며 자라온 지금의 우리. 공자가 그리 기대하고 품어주고 싶어했던 뒷세대인 우리 자신입니다. 그리하여 이 글이 공자와 떡볶이를 나누어 먹으며  선생님 한 입, 나 한 입 사이좋게 나누어 먹으며 편안하게 삶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기억하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는 공자가 기대하던 바로 그 존재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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