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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y Oct 24. 2021

누군가 나에게 상처를 주었다면

Revised on Oct 24, 2021

아주 작고 귀여운 백도선 선인장을 지인에게 선물하였다. 머리 위에 자구가 5개나 달린 꼬마 선인장이었다. 

집에서 키우기 힘들다 하여 회사에 가져갔더니 회사 팀원들이 이름도 지어주고 날짜도 정하여 물도 준다고 한다. 팀 내에 아주 사랑받는 막내 선인장이 되었다고 했다.


새로운 곳에서 사랑받고있는 귀여운 백도선 선인장


그런데 어느 날 아침에 출근을 하니 누군가가 선인장의 자구를 다 떼어놓고 보란 듯이 팀 내 책상 한가운데 두었다고 했다. 지인은 누군지 모르겠지만 너무 화가 나고, 선인장이 죽은 것 같다며 걱정하며 나한테 사진을 보내왔다. 나는 지인에게 선인장은 죽지 않았으니 안심하고 선인장을 망가뜨린 사람은 나쁜 사람이나 그 사람을 원망하거나 화를 내진 말고, 오히려 불쌍히 여겨야 한다고 했다.


다시봐도 가슴이 아픈 사진...


나는 진심으로 선인장을 저렇게 만든 사람을 누군지 알면 손을 잡아주고, 꼭 안아주고 싶을 정도였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손바닥보다 작은 저 선인장이 얼마나 질투가 났으면 저 작은 선인장에 화풀이를 했을까 싶었다. 늦은 시간까지 기다려서 몰래 텅 빈 사무실에서 누군가의 눈을 피해 가면서까지 말이다. 아무리 작더라도 선인장의 자구들은 손으로 떼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큰 가시가 없어 보일 뿐 오히려 작은 가시들로 덮여있어 맨손으로 만지면 더 따가운 가시들이다. 그럼 또 저 작은 선인장을 괴롭히기 위해 어디선가 핀셋이나 칼을 구해와 여하는 번거로움까지 겪어야 한다.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 일인가 싶었다. 저 선인장의 크기는 5cm 정도 되는 미니 선인장이며, 그 위의 작은 자구는 1cm 정도 되는 말 그대로 손톱만 한 크기이다. 


실제로 내가 그 사람이 누군지 알 수 있다면, 그 사람을 위한 선인장을 몰래 자리에 두고 싶었다. '누군가는 당신을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식물을 키우는 것은 생각보다 재미있을 것이다라고. 물론, 그 의미가 전달되던 안되던 나는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이 사건은 나에게 정말 충격적인 사건인 동시에, 통쾌한 사건이었다. 몇몇 글에서도 언급되었듯이, 선인장은 자구를 떼어냄으로써 번식한다. 그리고 자구를 떼어내거나 가지치기를 하면, 식물은 더 크게 성장하고 강해진다.


저 자구를 떼어냄으로써, 저 선인장의 본체는 더 이상 새끼 자구들을 키우는 데에 영양을 보내지 않아도 되게 되어 자신의 몸집을 더 키우는데 집중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저 선인장은 보란 듯이 더 건강하고 큰 선인장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리고 잘린 새끼 자구들은 일주일 정도 그늘에서 잘 말려 흙 위에 놓아주면 뿌리를 내려 선인장이 된다. 저 이름 모를 분 덕분에 한순간 소중한 선인장이 6배로 늘어나 버린 것이다.


저 사람이 선인장을 미워하여 괴롭혔듯이, 어떤 사람은 이유 없이 혹은 정말 별거 아닌 이유로 나를 괴롭힌다. 어쩔 땐 그 괴롭힘이 나에게는 정말 큰 상처가 되어 다신 못 일어날 것 같을 것 같을 수 있다. 생겨버린 상처는 당장은 아프고 어쩔 수 없다. 상처가 생기기 전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흉이 질 수 도 있다.


아마 선인장을 모르는 사람들이 저 선인장이 처음 자구가 떼어진 걸 보았을 때는 아마 죽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선인장에게 큰 해가 된 일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나는 저 상처가 오히려 선인장이 더 클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아니 실제로도 그렇다. 자구를 떼어냄으로써 오로지 선인장 자신의 성장에만 집중할 수 있다.


나는 내가 앞으로 받을 상처와 실패도 그렇게 적용되길 바란다. 물론 처음은 아프고 힘들겠지만, 그것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나를 더욱더 키워줄 수 있도록 말이다. 다만 선인장과는 다르게 그 기회는 나의 마음가짐에 따라 주어질 것을 잊지 않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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