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향기로운 희귀식물 스트라미네아

괜찮다고 해도 다시 확인할걸

by choy
나의 아름다웠고 향기로웠던 틸란드시아 스트라미네아(Tillandsia Straminea)



식물을 키우다 보면 화분이 처음엔 하나에서 두 개로 두 개에서 세 개로 늘어간다. 그러다 보면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는 희귀 식물이나 구하기 어려운 식물에 눈이 돌아간다. 나 또한 한창 희귀 식물에 빠져있을 때가 있었다. 틸란드시아 종류 중 하나인 스트라미네아(Tillandsia Straminea)는 나의 희귀 식물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고 향기로운 식물이였고,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했으며, 가장 미안하게 보낸 식물 중 하나이다.


작년 여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어가던 식물 사이트에 틸란드시아 스트라미네아를 판매할 예정이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당연히 한정 수량에, 판매하는 시간도 정해져 있는 식물계의 티켓팅 같은 순간이었다. 판매 당일, 판매 창 오픈 시간까지 알람을 맞춰놓고 손을 덜덜 떨며 겨우 결제에 성공하여 나는 스트라미네아를 만날 수 있었다.


내 방에서 식물이 가장 자라기 좋은 상석에 자리한 스트라미네아는 말 그대로 행복이었다.


사진에서 보이는 분홍색의 스트라미네아 꽃들은 세상 그 어떤 향기보다 아름다운 꽃향기를 선물해주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퍼지는 스트라미네아 향기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지독한 불면증을 겪는 나에게 머리맡에 두었던 스트라미네아는 잘 때에도 향기에 취해서 잠에 들듯이 잘 수 있게 도와주었고, 아침이 되면 꽃향기로 잠을 깨워주는 그런 고마운 존재였다.


행복도 잠시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아름다운 나의 스트라미네아 꽃이 말라갔다.


아름다운 색을 잃어가는 스트라미네아. 이때 라도 아픈걸 알았으면 좋았을 걸


속이 타서 판매자님께 연락을 하니, 사진을 보시고는 꽃이 피고 진 후 자연스럽게 시드는 현상이라 답변해주셨다. 나는 두 번 확인할 생각을 하지 않고 판매자님의 답변만 굳게 믿었다.


거기서 나는 다시 물어봤어야 했다. 꽃이 안 폈는데도 시드냐고. 나의 경험과 의심을 다시 한번 밀고 나갔어야 했다.


이후 꽃대 마저 마르기에, 본체에 영향을 줄까 봐 그렇게 아름답고 향기로웠던 꽃대를 내손으로 잘라냈다. 어찌 됐던 살려야 했으니까. 속상한 마음으로 하엽을 정리하며 잎 한 줄이라도 살려보려 끝까지 뜯어보고, 새끼 자구까지도 뜯어봤지만 겉은 멀쩡해 보이던 스트라미네아의 속은 이미 시커멓게 썩어있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꽃은 시들어 보였지만 잎은 괜찮았었는데, 속은 저렇게 썩어가고 있었다니. 아팠을까? 식물은 아픔을 못 느낀다고 하지만 그래도 살아있는 생명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죽었다고 생각한 식물들도, 꾸준한 관심과 충분한 햇빛, 물만 있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새 잎을 보여준다. 나는 마지막까지도 스트라미네아에게 그런 희망을 가지고 있었던거 같다. 속이 썪어 살릴 수 없다는 걸 알았을 때 진심으로 속상했으니까.


짧지만 나에게 잊지 못할 행복과 평안을 주었던 스트라미네아를 가슴 아프게 보내고는, 속은 썩어 문드러져가는데 괜찮아 괜찮아했던 나도, 그렇게 대답했을 내 주위 사람들이 생각이 났다.


괜찮다고 해도 다시 한번 확인할 걸, 괜찮아 보여도 다시 한번 확인할 걸. 나에게 행복을 주었던 스트레미네아는 마지막까지 이런 큰 가르침을 주고 떠나버렸다.


이후 나는 나 자신의 괜찮아도 그렇고, 나를 웃게 하는 내 주위 사람들의 괜찮아를 한 번에 믿지 않는다.


괜찮아는 괜찮지 않을 때 더 많이 하는 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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