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흔적작가 Nov 16. 2024

like : 밖_산책, 바람

일상 그리고 사소한 것들에 대해


산책이
좋은 이유는...

바람을,
'바람'을
만날 수 있어서다.



‘밖’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니 많은 이미지들이 떠올랐다. 연결되지 않은 그 많은 이미지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아 한 참을 고민했다. 결국 ‘산책’이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날 좋은 어느 이 오면 산책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산책이라는 단어는 소리를 내어 읽을 때 더 이쁘다. "산-책-."



산책. 한가한 기분으로 이리저리 거니는 산책. 특히 가을은 산책하기 정말 좋은 이다. 가을의 산책은 바쁘지 않고, 느리지 않은 템포를 지니고 있다. 발걸음은 가벼워지고 마음은 상쾌해지는 가을날의 산. 그런데 산책한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5월에는 산책하러 자주 나갔었는데. 사람들과 만나면 밥을 먹거나 차를 마시기는 하지만 산책은 잘하지 않는다.


산책하다 사진 한 컷


가끔 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산책을 했는지 물어보기도 한다. 그 친구는 집 앞 탄천 산책로를 걷는다고 했다. 집 앞에 편하게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있다니. 부러웠다. 친구가 산책하는 이야기를 해주면 혼자 상상을 해본다. 산책을 하다가 물을 마시는 장면. 무심히 앞사람을 앞지르는 장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산책로 상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상상이 끝은 ‘우리 집 근처에도 호수공원이나 탄천 그 비슷한 것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친구가 산책하는 탄천 길이 어떤 길일까. 아마 얕은 강물이 있고 그 옆으로 직선의 길이 있다고 들은 기억이 있다. 계속 걸으면 서울에 도착할 거라고 말한 것도 기억한다. 친구는 그 산책 길을 걸으면서 어떤 마음일까. 나에게는 없는 산책길을 걸으며 친구는 시원한 바람을 만들까. 그 시원한 바람을 만들면서 또 다른 '바람'을 만나진 않을까. 나처럼.



산책을 하면서 불어 보는 바람을 맞으면 머릿속이 가벼워진다. 그 가벼워진 공간에 ‘바람’이라는 마음이 찾아온. 어쩔 때는 이미 지나갔던 '바람'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나 또 왔어. 사실 너 이거하고 싶었지. 그래서 왔어. 후회하지 말라고. 그러니 이번에는 날 꼭 잡아!" '바람'이 또 왔으니.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이번에는 해보라고 용기를 주는 듯하다. 이렇게 보니. 고마운 바람이다. 그래서일까 아니면 날 좋은 어느 날이라서 일까. 오늘은 더 산책을 나가고 싶어졌다. 탄천 산책로를 걷는 친구에게도 시도 때도 없이 '바람'이라는 마음이 찾아올까. 그 많은 '바람'의 마음 중에서 나와 같은 '바람'있을까. 올해가 가기 전에 같이 산책하는' 바람'하나가 있었으면 한다.     




만약 친구와 산책을 한다면 제일 먼저 수원 화성 성곽길을 걷고 싶다. 성곽길을 걷다 화홍문 방화수류정에 가고 싶다. 우리가 이곳을 처음 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이 성곽길을 걷기 딱 좋은 계절이다. 적당히 걷다가 몸이 지치면 방화수류정에 가서 잠시 쉬면 바람이 불어오겠지. 조금 쉬다가 국궁 활쏘기 체험도 같이 하면 좋겠다. 마지막은 행궁동에서 맛있는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면 된다. 친구와 함께 산책을 한다면 그 하루는 행복한 '바람'을 만난 거겠지. 아무래도 친구의 얼굴을 보고 싶은가 보다. 그래서 산책이라는 '바람'을 들고 온 듯하다. 다행이다. 이번 나의 '바람'은 어렵지 않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시간의 변수가 있을 뿐 이루어질 확률 100%를 지닌 '바람'이다. 기분이 들뜬다.


산책 하다가 찰칵


두 번째로 같이 가고 싶은 산책길은 호수 공원이다. 수원 광교호수공원에 가볼 기회가 없었다. 친구는 가보았을까. 이곳을 산책할 때는 꼭 돗자리와 책을 챙겨가고 싶다. 간단한 그림도구도 좋을 것 같다. 여유롭게 지낼 수 있는 곳이면 좋을 텐데. 가끔 친구들과 한강공원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보면 나도 꼭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갖었었다. 그 '바람'을 이룰 수 있겠다. 아, 그러려면 꼭 가지고 가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낮은 테이블. 다행히 우리 집에 있다. 호수 공원에 가게 되면 꼭 챙겨가야겠다. 그 위에 마실 음료와 간식을 올려놓고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 아주 느릿한 시간을 말이다. 이 여유롭고 느린 시간을 좋아하고 즐겼으면 한다.



몰랐다. 아니 잊고 있었다. 밖이라는 공간이 참 설레고 매력적인 꿈을 꿀 수 있는 장소라는 것을. 혼자 있어도 같이 있어도 밖은 괜찮은 공간이 되어 준다는 것을. 안에만 있다 보니 너무 잊고 살은 듯하다. 바람이 시원한 산책하기 좋은 가을이다. 오늘은 산책하러 나가야겠다.



사진출처: 내 폰 갤러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