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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작가 Oct 09. 2024

[a]의 유혹에 빠져 1 닙 찾다 손가락 근육통이 왔다

고딕 영문 캘리그라피ㅣ캘리일상기록


나를 유혹하는 [a ]...

너의 바디를
절대 모른 척할 수 없지.



새벽 1시가 다가온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책을 읽으면서 자려고 베개 옆에 놓았다. 하지만 홀린 듯 의자에 앉아 페렐렐펜을 잡았다. 오늘 영문 고딕체 연습을 못했네. 딱 한 칸만 가볍게 손을 풀고 자야지. 이런 기특한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손 풀기 45도 다이아몬드와 30도 세로선 연습을 하고 나니. 자꾸 [a]가 눈에 밟혔다. 나를 유혹하는 [a]. 나를 두고 그냥 잘 수 있어? 그게 가능해?  나는 유혹에 약하다. 저 [a]의 바디를 어떻게 모른 척할 수 있나. 절대 불가능하다.



그래, 너의 유혹에 넘어가 주겠어. 곧 [a]의 매력을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불꽃이 순간 타올랐다. 새벽 1시에 말이다. 왜 매번 새벽에 타오르는지 모르겠다. 한 번 불꽃이 타오르면 머리보다 손이 더 빠르다. 이미 페렐렐펜을 잡은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겁 없이 달려든 손가락. 여지없이 흔들린다. 아무래도 손 풀기를 제대로 못해서 흔들리는 듯싶었다. 하지만 이미 건널 수 없는 강이다. 무조건 직진을 하기로 했다. [a]쯤이야. 30분 정도면 저 바디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겠지. 째깍째깍. 30분? [a]가 웃는다. 나를 갖는 것이 그렇게 쉬울 거라 생각했니? 어리석군.



1닙 찾기란... 어렵구나. 흑;



미안하다. 너를 쉽게 가질 수 있을 거라.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그만큼 진심으로 널… 널. 흑, 드라마 대사가 생각난다. 사랑을 얻기란 쉽지 않구나. 드라마에서든지. 현실에서든지 말이다. 사람이든지 글씨이든지 내게 오게 하기란 어렵다. 아무튼 이때부터 절대로 가볍게 흘러가지 않았다. 빨간 잉크가 종이에 스며드는 순간부터 '1 닙'과 숨바꼭질이 시작되었다. 선의 흔들림은 어느 정도는 잡았는데. 이놈의 1 닙이 잡히질 않는다. 아! 1 닙을 찾기가 이리도 어렵다니. 참고로 1 닙이란, 페렐렐펜의 잉크가 나오면서 글씨가 써지는 부분을  '닙'이라고 하는데 그 닙의 넓이를  '1 닙'이라고 한다. 어찌 되었든 잡히지 않는다고 쉽게 물러날 수가 없었다. 이미 새벽 1시 30분을 훌쩍 넘긴 시간이다. 이렇게 [a]의 1 닙에게 두 손을 들고 항복할 수는 없었다.



항복할걸 그랬다. 원래 사랑은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지게 되어었다. 새벽 2시가 넘어 가려한다. 사실 영문 고딕체의 [a]는 두 가지가 있다. 숙제는 a부터 z까지 한 번에 다 써야 한다. 즉 두 개의 [a]를 완벽하게 써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를 잘 써도 다른 하나를 못쓰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한다. 아, 이 새벽에 말이다. 중드를 보거나 책을 읽다 잘 것을. 역시 새벽에 나를 유혹하는 것들은 위험하다. 하지만 역시 유혹은 달콤하기에 1 닙 찾기를 멈추지 않았다. 오기가 아니다. 달콤 쌉쌀한 유혹에 빠져서 그런 것이다. 이걸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요? 내 새벽을 돌려달라고 할 수도 없고요. 무조건 1 닙을 찾아서 [a]의 바디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 두 발을 뻗고 잘 수 있을 것이다.



1닙.  결국 널 찾았다. 조용한 새벽에...


휴우. 결국 죽어라 [a]를 다시 연습하다가 최상의 컨디션일 때, 바로 그 순간에 숙제 종이에 [a]를 써내려 갔다. 결국 그 까칠한 1 닙을 잡은 것이다. 연속으로 말이다. 이미 새벽 2시가 훌쩍 넘었지만 내 것으로 만들었다는 그 기분은 짜릿했다. 이제 끝났다. 를 조용히 뱉으며 페렐렐펜을 내려놓으려 했다. 세상에나 긴장이 한순간에 풀려서일까. 손가락이 잘 펴지지 않았다. 손가락, 손등, 팔꿈치 근육이 떨리고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 무리했구나. 왼손으로 천천히 오른손을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손가락 근육통이었다. 다 쓴 두 개의 [a]를 보면서 마사지를 하고 있었다. 뿌듯은 한데 다음부터는 새벽에는 유혹에 넘어가더라도 조금만 넘어가야겠구나. 싶었다. 그나저나 이제 [a] 하나 썼는데. 큰일이다.   



두 개의 [a].   둘 다 놓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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