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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작가 Mar 18. 2023

잡동사니 주머니

흔적이 된 시


잡동사니 주머니



잡동사니 주머니가 되려 한다. 오늘도 무언가를 꾸역꾸역 집어삼켜 목구멍에 밀어 넣는다.

누구는 주머니 색이 바래 집어삼킨 물건이 아깝다며 웃는다. 반갑지 않은 손으로 주머니에 반쯤 걸친 물건을 꺼내려한다. 가슴이 철렁한다. 눈빛은 흔들리다 멈춘다.

바랜 건 색일 뿐이다. 주머니는 깊은 속을 가진 조개다. 입을 닫은 조개는 뱉어내지 않고 힘을 준다. 꽉. 어금니는 물러나지 않는다. 한참을 서서 쓰레기 소리를 뱉어내던 이는 등을 돌린다. 파도가 일으킨 거품이 더러워진 모래 위 발자국을 지운다. 바닷바람이 쓸모없는 소리를 쫓아낸다.  

주머니는 입안에 담긴 잡동사니를 음미한다. 맛있다. 한 입을 먹으니 생각난다. 주머니 속 깊숙한 곳을 뒤적거린다. 손안에 꼭 들어오는 작은 유리병. 병마개의 한쪽 모서리가 아픈가 보다. 살살 만져본다. 유리병은 천천히 모래와 바닷물을 담는다. 입안에서 달콤한 사탕을 꺼내 작은 바닷물에 넣어 본다. 움직이는 작은 유리병의 세계가 빛에 반짝. 역시 맛있다.    

주머니는 조용해질 시간을 기다린다. 눈을 돌리며 잡동사니를 찾는다.  

움직이는 작은 유리병에 담긴 반짝이는 세계가 내 손에 담기길... .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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