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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적작가 Feb 20. 2023

겨울, 그리고 진행형

흔적이 된 시


겨울의 시작은 무거워야 한다.
겨울은 그랬다. 꽃, 바다, 낙엽이 건너온 시간을 무겁게 만드는 겨울이다.

겨울바람 앞에서 뒤돌아보면 눈은 쓸쓸해진다.
봄이 주는 산뜻함은 비와 함께 사라지고, 여름이 주는 청량감은 기포 속에 갇히지 못하고 날아간다. 가을이 주는 감성은 메마른 낙엽이 되어 무게에 눌긴 발자국이 된다. 언제나 뒤돌아 보면 겨울은 그랬다.

겨울엔 그리고가 없다. 완결형이 된 겨울이 주는 건 정지화면이다.

누군가의 애절함으로 내린 비가 지지직거리며 플레이를 누르기 전엔 화면조정 시간이다. 언제나 겨울은 그랬다.
그랬는데 분명히. 왜지?

지난겨울은 외계인을 만났나 보다. 얼음 땡을 좀 아는 외계인의 얼굴이 궁금하다. 얼음-. 땡.

땡이다. 빨, 주, 노, 초, 파... 원색의 겨울은 사라졌다. 한 화면에 계절이 모두 담겨있다. 꽃이 피니 나비가 오고, 바다의 시원함에 파도가 답한다. 낙엽은 바스락 소리를 내며 돌아다닌다. 땡이 준 그리고다.

겨울의 시작은 무겁지가 않다.
겨울, 뛰노는 꽃, 바다, 낙엽은 이제 진행형이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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