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칼림바를 깨워야 하는데...

그냥 편하게 쓴다 ㅣ새벽 1시의 기록

by 흔적작가


새벽 1시 14분이다


그럴 때가 있다. 하고 싶은 마음은 언제나 가득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시작하지 못하는 그럴 때가. 심지어 재료가 있는데도 말이다. 눈에 보이고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는. 그런 가까운 곳에 있지만. 이상하게 재료를 꺼내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다. 그저 앵무새처럼 하고 싶다. 해야 하는데. 돈 썼는데. 재미있는데…. 이런 말들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나에겐 칼림바가 그렇다. 악보는 화장대 위에. 악기는, 악기는 어디에 있지. 화장대 서랍장에 있던가. 다시 칼림바를 해보겠다고 책장 아래칸에 있던 걸 옮겨 놓았었는데. 기억이 안 난다. 아무래도 악보 근처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화장대 서랍장에 있겠지. 흠, 그럴 때가 있다. 10%가 부족해 결국 멀어지고 마는 그럴 때가.



칼림바를 치고 싶었다. 22년 봄, 집 근처에서 칼림바 기초수업을 한다는 안내문을 봤었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칼림바 수업을 들을 수 있다니. 쉽게 오지 않는 기회라 무조건 신청을 했었다. 물론 장소를 잘 못 봐서. 좀 멀리 가긴 했지만. 뭐, 상관없었다. 그저 모집인원 안에 들어갔다는. 그 사실 하나에 기뻤었다. 그만큼 정말 배우고 싶었고, 진짜 열심히 연습했었다. 노력을 하면 빛이 난다고 했던가. 마지막 공연 수업 때 오버 더 레인보우를 치기도 했었다. 나름 기초반의 유망주였다. 물론 기초반 티가 나긴 했지만 말이다. 공연 중에 박자가 왔다 갔다 하고, 경쾌하지 못한 칼림바 소리가 나는 건. 아주 당연한 것이고, 귀여운 애교이다. 기초반 수강생이 노래 한 곡을 다 친다.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눈과 엄지가 따로 노는 그 시간을 버티고 도망치지 않았다는. 그 사실 하나 만으로도 기특한 일이다. 그때 공연을 끝내고 너무 뿌듯해 칼림바 자격증까지 따고 싶었다. 하지만.



한 달, 두 달. 시간이 흐르니. 칼림바와 악보는 밀리고 밀리다. 손과 눈에서 멀어져 버렸다. 결국 생각 속에서만 존재하는 칼림바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가을이, 아니 겨울이 다가왔다. 이상하게 가을과 겨울이 되면 악기를 치고 싶어 진다. 정말 이상한 습관이다. 몇 달 전부터, 자꾸 칼림바 생각이 났었다. 그래서 화장대 근처로 옮긴 것이다. 가까운 곳에 놓으면 치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을 했었다. 너무 쉽게 생각을 한 것일까. 초가을에 이사 온 칼림바는 아직도 케이스에서 푹 자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겨울 내내 얼굴 보기 힘들 것이다. 그래, 그럴 때가 있다. 아쉬움이 남아 포기를 못 할 때가.



그런데 포기하지 않고 칼림바 연습을 할 수 있는. 생각만 하던 습관을 고칠 수 있는. 조언을 들었다. 칼림바와는 전혀 상관없는 영문캘리와 오일파스텔 선생님들께 말이다. 같은 해결책을 말하는 두 분이 그저 신기할 뿐이다. 그것도 딱. 지금. 칼림바가 신경 쓰이는 내게. 사실 내게 해주신 조언도 아니다.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면 독특한 해결방법은 아니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방법이다. 단지, 내가 안 할 뿐.



♧ 조언들을 정리해 보면...

1.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는 공간, 책상을 준비해야 한다.

2. 그 책상에서 작업을 하다가 힘들면 그냥 둔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한다. 요점은 주재료는 두고 주변쓰레기 정도만 정리한다.

3. 한 번의 시간 투자로 완성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짬짬이 5분, 10분이라도 괜찮으니.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해본다.



아무래도 칼림바 케이스에서 칼림바를 꺼내야겠다. 화장대 위에 악보와 칼림바를 놓으면 하루에 한 번은 잡아 보겠지. 책도, 글쓰기도, 그림도, 캘리도. 운동도. 다 적용 가능한 조언이다. 역시 내가 하지 않을 뿐. 언젠가 새벽 1시 글쓰기에서 이제는 틈만 나면 칼림바를 잡아요. 한 곡을 다 연주할 수 있게 되었어요. 뭐.. 이런 시간이 왔으면 한다. 언젠가 말이다...


이제 자야겠다. 새벽 4시가 넘었다.



짧은 영상. 손만 나와서 올려봐요.^^~ㅎㅎ 편집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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