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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PD Nov 05. 2018

15. 관료제 사회의 폐해


내가 거쳤던 회사들은 
모두 윗사람이 절대적인 권한을 갖고 있는 회사였다. 
'대표-팀장-차장-과장-대리-사원'으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관료제 구조속에서 
3~4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다. 

음.. 사실 회사에 처음 들어가고 한 달 정도는 진짜 완전 잡일만 했다. 
새벽 방송이 있으면 메인 PD의 커피도 타 줘야 했고 
언제나 야식 겸 식사대용 햄버거와 음료수 주문 및 배식(?)은 내 몫이었다.
심부름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본격적인 업무를 배우고 
나의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었다. 
일은 고됐지만 오랫동안 꿈꿔왔던 분야였기 때문에 그래도 더 많이 더 오래 견딜 수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일보다 더 힘든 게 있었다. 

윗사람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하고 거기에 따라야 하는 것.

사실 열심히 한 결과물을 아무런 반박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묵살당하거나 
상사의 말 한마디에 모든 결과물을 수정해야 했던 일이 빈번했다. 
한국 직장문화에선 일에 있어서 윗사람에게 내 의견을 어필하기가 힘든 구조인 것 같다. 
일에 대해 서로 피드백도 주고받고 각자의 의견과 생각을 공유해야 앞으로 더 발전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그게 아직도 되지 않으니 참 답답했다. 

실제 예로 
구청에서 일할 때였다. 
구민의 날 행사를 맞아 홍보영상을 제작해야 했고 난 거의 한 달 가까이 야근을 하며 영상을 만들었다. 
영상을 만들고 최종 결과물을 팀장에게 보여줬고 팀장은 그 결과물에 더 살을 붙여서 수정을 권유했다. 
수정후 팀장의 검수를 통과했고 
행사를 담당했던 주임 and 주무관급 공무원에게 검수를 받았는데 
수정했던 영상의 내용을 조금 수정했으면 좋겠다고 하여 중간 부분의 내용을 조금 바꾸었다. 
그러고 나서 담당 공무원의 검수를 통과할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행사를 맡은 담당 과장님(구청의 여러 과중 가장 높은 사람으로 5급 정도 된다.)에게 검수를 받았는데 처음 팀장과 논의했던 내용으로 또 바꾸라는 지시가 나왔다. 
검수가 돌고 돌아서 결국 처음에 했던 내용으로 다시 결과물을 낸 것이다.
애초에 다 같이 모여서 영상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어땠을까?
그랬으면 결과물을 수정하느라 애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왜 일부 회사나 조직에서는 
자유롭게 일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지 못하는 거지?


이것도 아직 내가 풀지 못한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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