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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PD Oct 05. 2018

02. 혼자 하는 일이 아니다.

여PD의 퇴사를꿈꾸며


이 이야기는 99.9% 실제로 겪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구성되었습니다.
글에 쓰인 인물의 이름은 그 사람의 신변보호를 위하여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용어에 대한 정리는 글 끝에 한 번에 정리해 둔 내용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뚜~ 뚜~ 뚜~~~


여PD : 여보세요 

업체 : 안녕하세요. 여기는 ㅇㅇㅇ이라고 하는 HR 회사라고 합니다. 혹시 여PD 씨 되시나요?
여PD : 네 
업체 : 다름이 아니라 AD채용 건에 대해서 연락드렸는데 혹시 통화 괜찮으신가요?


그분은 방송인력 파견업체에서 일하는 분이었고 나에게 ㅇㅇㅇ스포츠 방송국 AD자리가 있는데 면접을 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난 평소에 야구를 좋아했고 거기에 가면 야구는 원 없이 보겠다는 생각에 무턱대고 면접을 보겠다고 했다. 
이튿날 면접을 보았고 그냥 무난히 하고 싶은 말을 했을 뿐인데 면접을 같이 본 두 명을 제치고 우연히 합격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 갈까 말까 망설였지만 더 이상 머리 아픈 취업준비를 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곳에 가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나의 본격적인 사회생활은 시작되었다. 


출근 첫째 날.

면접날 보았던 차장님께서 회사 사람들에게 날 소개해 주었고, 자리를 배정해 주었다.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 겠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책상 정리를 하고 배정받은 자리에 있는 컴퓨터를 만지는 것뿐.. 
회사에 있는 선배들은 저녁에 있을 방송 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권 PD, 오늘 프롤로그에 쓰는 영상 편집해.  
원준 씨, 어제 경기 결과 정리해서 CMS1)에 올려줘요.

그렇게 정신없는 시간이 흐르고 방송 1시간 전 
나는 선배와 함께 부조2)로 향했다. 

생방송 현장의 심장과도 같은 곳, 부조정실

그곳에선 몇십대 가까이 되는 모니터가 있었고 그것들을 보면서 제어하는 
PD분들과 자막팀 사람들, 기술팀 사람들, 음향감독 등등이 자리해 있었다.

우와.. 저렇게 많은 모니터들을 보면서 방송을 송출하다니..


처음에 너무 놀랐다. 

하지만 놀랄 겨를 조차 없이 그곳은 
너무너무 빠르게 
그리고 너무너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중계차 메인 PD와 부조정실 메인 PD는 서로 말을 주고받으며 바삐 움직였다. 

방송 10분 전.
방송 5분 전.
방송 1분 전.


방송 시작 시간이 다가 옴에 따라 콜이 울렸고 

부조정실에는 긴장감이 퍼졌다. 방송이라는 걸 직업으로 처음 접한 나로선 긴장감은 더 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고 드디어(?)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타이틀 M23) 입니다."

M2 스타트!


메인 PD의 힘찬 콜에 이어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권 PD 준비됐지?"
"네. 프롤로그 영상 LSM14)입니다."
"LSM1 스타트!" 

스포츠 중계방송의 꽃이라 불리는 LSM기계, 오른쪽 사진이 실제로 썼던 기계.

그렇게 모르는 용어들이 난무하고 뭐가 뭔지 몰라 정신없었던 하루가 지나갔다.

오늘 하루 종일 같이 있었던 권선배가 나에게 한 마디를 웃으면서 던졌다.

오늘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지? 
수고했어.


그날 정말 새로운 경험을 했다.

대학교 때 학문으로만 배운 방송이라는 직업을 실제로 접하니 
방송 일이란 것은 정말 내가 실제로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결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협력을 하고 호흡이 맞아야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거기서 하나 느꼈다.

이제 혼자 하는 일이 아니구나.
대학교 땐 혼자 공부만 잘하면 되었었는데
이젠 혼자만 잘하면 안 되는구나. 다 같이 잘 해야 하는구나.



1) Contents Management System의 약자. 방송국의 영상을 저장하는 서버이다. 방송국마다 부르는 차이가 조금씩 있다. 

2) 부조정실. 방송국 생방송의 모든 것을 제어하는 곳으로 자막, 음향, 영상 등을 통제하고 제어하는 곳. 보통 부조라고 줄여서 많이 부른다.
3) 영상 모니터 번호. 방송국마다 차이가 있다. 
4) Live Slow Motion의 약자 스포츠 방송에서 꼭 필요한 기계 중 하나. 보통 스포츠 방송에 있어서 슬로 모션 편집에 많이 쓰이나 예전에 편집한 영상을 틀거나 하이라이트 편집을 하는 것 등등 여러 가지 용도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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