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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PD Jan 28. 2019

25. 세상이란? - 두 번째 이야기

퇴사 후 한 달 정도는 여유를 좀 찾았다.
생각도 많이 했고 퇴사 전에 생각했던 일들에 대해 계획을 세워 나갔다.
계획을 세웠다면 실천을 해야 한다.
실천이 없는 계획은 그저 생각에 불과하다.
일단 하고 싶었던 '전국무전여행'을 직접 실행에 옮겼다.
처음에 '전국무전여행'을 계획했을 때 내 계획은 이랬다.
 - 무전여행을 하며 액션 캠이랑 카메라로 내 모습을 매일매일 영상으로 담는다.
 - 담은 영상을 매일 편집을 해서 유튜브에 올린다.
 - 유튜브 채널의 활성화를 바탕으로 또 다른 영상을 계획하여 수익을 창출한다.


근데 세상은 내가 생각한 것 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내가 무전여행을 하든 말든 사람들은 내가 하는 행동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대학교 동아리방 같은 곳에 숙박을 요청했지만 가는 곳마다 문전박대를 당했고,
음식점 같은 곳에 밥 한 끼 얻어먹을 수 있냐고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말은 안 된다는 말뿐.
사실 그땐 세상이 참 야박하다고 느꼈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나라도 선뜻 잠자리를 내어주고,

밥 한 끼를 내어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에서 밥 한 끼를 무상으로 다른 사람에게 내어주면
그만큼의 매출을 손해 보는 것이다.
음식점 사장님에겐 한 손님이라도 더 받아야
직원분에게 인건비를 주고 월세를 낼 수 있다.
대학교나 교회 같은 곳에서는 생면부지의 어떤 사람에게 잠자리를
내어줬다간 그 사람이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그만큼 세상은 흉흉하니까

그래서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찜질방 같은 곳을 전전하면서 계속 여행을 했다.
꾸준히 지속하고 버티는 것만큼은 자신 있었으니까
꾸준히 걷고 또 걷고 움직인 결과 서울에서 해남 땅끝마을까지 걸어서 도달할 수 있었다.
무언가를 이뤘다는 성취감에 너무 좋았지만, 한 편으론 무전으로 못 이뤘다는 생각에 아쉬움도 들었다.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무전여행을 하며 찍은 영상을 바탕으로
유튜버가 되고 싶은 마음에 콘텐츠 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유튜브 교육과정'을 신청했다.
교육을 받으며 '유튜버' 세계에 대해 알아갔다.
사실 '유튜버'에 대해 단순히 접근을 했고, 화려한 면에 많이 주목했다. 그래서 유튜버가 되고 싶었다.
실상은 정말 달랐다.
주목도 받고 수익을 창출하는 유튜버가 되기 위해선
삶 자체가 직업이 되어야 했고 그 외에 모든 것들은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기 위한 영상을 매일 창작하여 업로드해야 하기 때문에
매일매일 아이디어를 짜내고 짜내야 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이 하나 있다.


내가 회사를 나가서 장사를 하면
내가 회사를 나가서 프리랜서를 하면
내가 회사를 나가서 사업을 하면
.
.
.
다 잘 될 것이다.

라는 것.

사실 직장인이 아닌 다른 삶이 화려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면이 많은 것 같다.
장사를 한다면 하루하루 매출이 나오는 것에 가슴 졸일 것이고
프리랜서를 한다면 일이 있을 때의 수입과 일이 없을 때의 수입이 왔다 갔다 할 것이고
사업을 한다면 노력을 해도 수익이 있을지 없을지 보장이 없고
유튜버를 한다면 시청자가 자신의 영상을 재밌게 봐 줄지 안 봐줄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직장인은 자기가 잘하든 못하든 일정 금액의 월급이 매일매일 나오는데.
회사는 전쟁터지만 세상은 지옥이다.
어찌 보면 그 말도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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