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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PD Feb 02. 2019

30. 일하는 것보다 더 힘든 것 - 2

새로 들어온 회사는 바쁠 때 엄청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한가할 때는 엄청 한가했다.
한창 바쁠 때 열심히 일하다가 바쁜 시기가 끝나면 할 일이 없으니까
모니터만 쳐다보다 멍하니 있다 간 시기가 좀 있었다.
이대로 있다간 안될 것 같아서 유튜브에서 영상편집툴 강좌를 보고 연습을 했다.
그런데 지나가다가 위에 대리분이 "지금 어떤 거 하시냐고" 물었다.
그래서 "영상 강좌 보고 따라 하고 있었다."라고 얘기했다.


얼마 후 그 대리분이 날 따로 부르더니 하는 말이
"지금은 새로운 것을 할 때가 아니다. 일이 없으면 일하는 척이라도 해라."
참 어이가 없었다. 일하는 척이라도 하라니?
뚜렷하게 하는 일이 없을 때 일하는 척 연기하는 것이 시간이 더 버리는 행위가 아닐까?
차라리 일이 없는 시간에 자기 계발을 더 해서 회사 업무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되는 게 낫지 않을까?


그 후에도 2~3주 동안은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일하는 척을 할 때가 너무 많았다. 같이 일하는 아르바이트 생도 마찬가지였고.
그러다가 새로운 업무가 시작되었고 책임님1)(책임연구원)께서 업무에 대한 설명을 하려고 회의를 했다.
중요한 업무 전달이 끝나고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요즘 한동안 일이 없었죠?
사실 우리 업무가 바쁠 때는 엄청 바쁘고 안 바쁠 때는 안 바빠요.
그런데 요즘 일이 없으니까 다들 인터넷 쇼핑 같은 걸 하다가 사람들이 지나다니면 창을 급히 닫는 게 보여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것도 보이고요.
요즘 회사 사람들이 그래요.
'요즘 영상제작팀 한가하냐?'라고
사실 치사하고 더러운 거 아는데 어쩔 수 없어요.
우리는 회사에 소속되어 있고 돈 받고 일하는 사람이잖아요. 일이 없으면 일을 알아서 찾아서 하는 것도 맞는 것 같아요.

그 말도 맞다. 난 회사에 소속되어 있고 돈을 받으며 일한다.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내게 주어진 업무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
그런데 나에게 주어진 업무를 다 끝내고 나서 그 외적으로 자기 역량을 개발하겠다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건지 묻고 싶다.
차라리 그런 지적을 할 시간에 자기 개개인의 역량을 조금이나마 개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일하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이 하나 더 있다.
회사 사람들에게 일을 열심히 해야 하는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
회사 내의 여러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 쓰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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