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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PD Mar 19. 2019

58. 퇴근 후 자기 계발

내가 방송국을 나간 후 재취업에 성공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거였다.
"이제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는 삶을 얻었으니 이때껏 못 해본 지인과의 약속도 잡고, 못했던 자기 계발도 하면서 내 시간을 잘 활용해야지~"

처음엔 모든 것이 좋았고 꿈만 같았다.
"저녁 6시에 딱 퇴근한다는 건 꿈도 못 꿀 일이었는데 이걸 내가 하고 있다니!"
너무 좋아서 집에 가서 맛있는 요리도 해 먹고
지인과 약속을 잡기도 했다.

그런데 그 달콤함은 역시나 잠시뿐이었다.
일에 본격적으로 투입이 되자 한 달에 반 이상은 야근하기 일쑤였고
혹여나 정시 퇴근을 한다고 해도 집에 가면 일 스트레스로 지쳐 스러졌다.

그토록 원하던 워라밸이 중요한 삶이었는데
그걸 지켜주는 일은 없었다.
앞으로 워라밸을 지켜갈 수 있을까?
아마 향후 몇 년간은 지켜지지 못할 것 같다.
'52시간 근로제'는 세부 항목이 없는 속 빈 강정 같은 존재여서 세부적인 법 제도 개선이 절실히 필요하고
근로기준법에 명시되어 있는 내용은 지켜지지 않는 것이 태반이니까.

결국, 근로환경을 개선하는 길은 사람들의 인식이 먼저 개선되어야 한다.
어느 회사를 가건 이런 얘기를 들었을 것이다.

이거 ㅇ요일까지 해주세요
이거 오늘 중으로 퇴근 전까지 다 하고 가세요.

라고..
분명 일의 양은 그날까지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말이다.
아직 회사에선 사람을 중점을 두고 일을 시키지 않고, 일의 성취도를 중점에 두고 일을 시키기 때문에
우리의 근로 환경 개선은... 멀었다.
고로, 일과 우리 삶의 균형은 아직 개선되지 않았다.  

이렇게 일에 파묻혀 사는 우리 직장인이 자기 계발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다.
어떻게든 시간을 쪼개서 잠시뿐이라도 자기 시간을 만드는 방법.
안타깝지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P.S
오늘도 야근하다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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