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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PD Jun 23. 2019

69. 시차

밤새 모니터에 튀긴 침이 마르기도 전에 
강의실로 아 참, 교수님이 문신 땜에 긴 팔 입고 오래
난 시작도 전에 눈을 감았지 날 한심하게 볼 게 뻔하니
이게 더 편해 내 새벽은 원래 일몰이 지나고
하늘이 까매진 후에야 해가 뜨네 내가 처량하다고 다 그래
"야 야, 난 쟤들이 돈 주고 가는 파리의 시간을 사는 중"이라 전해
난 이게 궁금해 시계는 둥근데 날카로운 초침이 내 시간들을 아프게
모두가 바쁘게 뭐를 하든 경쟁하라 배웠으니
우린 우리의 시차로 도망칠 수밖에..
우원재-시차(We are)(Feat.로꼬&그레이)-가사 중.


가끔 퇴근하고 나서 지하철에서 자주 듣는 노래다. 

라임도 멜로디도 너무 좋지만 그것보다 더 좋은건 가사다.

'우리의 시차로 도망친다는 것.'


아침 9시. 

회사로 들어서는 순간 그 시간은 내 시간이 아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부서의 업무는 바쁠때는 엄청엄청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한가할 때는 지루할 정도로 한가하다.  

한가할 땐 정말 할 일이 없어서 미쳐버릴 것 만 같고 계속 시계만 쳐다보게 된다. 

가끔 멍때리거나 아무 짓도 안하고 있으면 뒤에 있던 L대리가 괜히 참견을 한다. 

"지금 뭐해요?"라고 말하면서 

난 그냥 이젠 "영상파일 정리하고 있었어요."라고 말하며 덤덤히 말한다. (사실 1년에 수십강의 강의를 찍기 때문에 강의수가 많고 그 강의 영상 파일의 용량은 정말 많다. 그래서 따로 용량을 화질이 열화가 안될 정도로 변환을 한다음 따로 저장을 한다.) 


파일 정리 작업은 주로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을 때 한다. 그런데 파일 정리 작업까지 하고 나면 정말 할 게 없을 때가 있다. 그럴땐 정말 드래곤볼에 나오는 '정신과 시간의 방'에 있는 것 같아서 시간이 너무너무 안간다.

출처 https://plus.google.com/+nyu유학생/posts/1QSA8ibuNrx

어떨땐 너무 미쳐버릴 것만 같다. 

초반엔 이럴때 무작정 시간을 때우는 방법을 썼지만 지금은 좀 그래도 생산적인 방향으로 시간을 쓰려고 한다. 

혼자 가만히 일하는 척을 하고 있으면 불현듯 여러가지 잡다구리한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생각들을 포스트잇 같은데 바로 옮겨 적었다. 그 포스트잇 종이는 쌓이고 쌓여서 훗날 나의 글감이 되었다.

회사에서 생각날 떄 마다 기록했던 나의 생각들

회사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이 순간만큼은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좀 좋다. 

나만의 시차로 잠시나마 도피할 수 있는 순간이어서


퇴근 후엔 당연히 내 세상이다. 회사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신경을 끄고 온전히 나만의 시차로 도망칠 수 있는 시간이다. 지금 난 밤마다 나만의 시차로 계속 도망치는 중이다. 이렇게 시차로 계속 도망쳐 나에게 온전히 집중하다 보면 또 그것이 온전히 내 삶이 될 수 있을지 누가 알겠어?

그게 아니라도 직장의 노예 같이 살고 있는 자기 자신을 변화 시키려면 방법은 한 가지 뿐이다. 


자신만의 시차를 갖는 것.


오늘따라 이 Verse가 굉장히 경쾌하게 들린다.


아야야야~
We're livin' in a different time zone
바뀌어버린 낮과 밤이야 (yeah)
Have a good night 먼저 자
아직 난 일하는 중이야
We are who we are
We a-a-are who we a-a-are ohahh
Don't you know who we are?
우원재-시차(We are)(Feat.로꼬&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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