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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PD Oct 12. 2018

08. 가난과 부유함(?)이 가져다주는 것

2015년 1월.

여행을 다녀오고 난 다음의 후유증은 컸다. 
유럽에 있을 땐 아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지만 
한국에 돌아와선 여러 가지 닥쳐오는 문제들이 많았다.

유럽에선 남부럽지 않은 여유로운 여행자였지만 
한국에 돌아오니 직장도 없고 직업도 없는 30살 성인일 뿐이었다.
출처 : google no copyright image

그저 도시 속에 흰 점처럼 보이는 사람들 중 하나였을 뿐.


당장 모아둔 돈은 다 떨어져 가는데 나는 제자리걸음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후 시차 적응으로 일주일 여를 보냈고 
시차적 응이 되고 나선 느지막이 늦잠을 자다가 
카페나 도서관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게 하루 일과였다. 
처음엔 좋았다. 어마어마한 사실을 깨닫기 전까진.
그 어마어마한 사실은 이거다.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 것도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라면 한 봉지를 먹는 것도 
다 돈이 들어간다는 것.
돈이 들어가는데 나의 수입은 0원이라는 것.
모든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돈이 들어간다.


점점 줄어가는 통장 잔고를 보니 

나의 여유로움은 조급함으로 점점 바뀌어 갔다.
'어떡하지..? 빨리 일을 구해야 하나?'
'아냐 아냐.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일 구하면 돼'라는 
두 가지 생각이 
내 마음을 옥죄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고민하던 찰나에 
띠리링 하고 문자가 왔다.

귀하의 계좌에서 X,000, XXX원이 입금되었습니다.
ㅇㅇ은행.

그렇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의 퇴직금이 입금되었다. 

통장 잔고에 여유가 생긴 것이다. 얼마 안 되는 금액이었지만 
지금 상황에선 꽤나 큰돈이었다. 
이걸 빌미 삼아 나는 나와 같은 처지의 쉬고 있는 친구를 꼬드겼다. 


나 : 우리 여행 갈래? 
친구 : 응!!


내 친구는 흔쾌히 승낙하였고, 난 또다시 해외여행을 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는 부모님과 누나의 제안으로 가족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돈의 여유는 또다시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참 인간이란 존재는 간사하다. 경제 사정에 따라 이렇게 흔들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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