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월.
여행을 다녀오고 난 다음의 후유증은 컸다.
유럽에 있을 땐 아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지만
한국에 돌아와선 여러 가지 닥쳐오는 문제들이 많았다.
유럽에선 남부럽지 않은 여유로운 여행자였지만
한국에 돌아오니 직장도 없고 직업도 없는 30살 성인일 뿐이었다.
그저 도시 속에 흰 점처럼 보이는 사람들 중 하나였을 뿐.
당장 모아둔 돈은 다 떨어져 가는데 나는 제자리걸음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후 시차 적응으로 일주일 여를 보냈고
시차적 응이 되고 나선 느지막이 늦잠을 자다가
카페나 도서관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게 하루 일과였다.
처음엔 좋았다. 어마어마한 사실을 깨닫기 전까진.
그 어마어마한 사실은 이거다.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는 것도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라면 한 봉지를 먹는 것도
다 돈이 들어간다는 것.
돈이 들어가는데 나의 수입은 0원이라는 것.
점점 줄어가는 통장 잔고를 보니
나의 여유로움은 조급함으로 점점 바뀌어 갔다.
'어떡하지..? 빨리 일을 구해야 하나?'
'아냐 아냐.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일 구하면 돼'라는
두 가지 생각이
내 마음을 옥죄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고민하던 찰나에
띠리링 하고 문자가 왔다.
귀하의 계좌에서 X,000, XXX원이 입금되었습니다.
ㅇㅇ은행.
그렇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의 퇴직금이 입금되었다.
통장 잔고에 여유가 생긴 것이다. 얼마 안 되는 금액이었지만
지금 상황에선 꽤나 큰돈이었다.
이걸 빌미 삼아 나는 나와 같은 처지의 쉬고 있는 친구를 꼬드겼다.
나 : 우리 여행 갈래?
친구 : 응!!
내 친구는 흔쾌히 승낙하였고, 난 또다시 해외여행을 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남은 돈으로는 부모님과 누나의 제안으로 가족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돈의 여유는 또다시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참 인간이란 존재는 간사하다. 경제 사정에 따라 이렇게 흔들리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