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idge of ‘BE MYSELF’, 03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한 어린 아기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버림을 받았습니다.
얼마가 흘렀는지도 모를 어느 날, 아기는 바닷가의 작은 집에서 또 다른 집으로 옮겨졌습니다. 하지만 잠시 자라다 다시 그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죠.
그리고 그곳에서 꼬맹이로 자라던 어느 날, 훗날의 ‘나’를 만나게 됩니다.
그러나 그때부터 아이는 침묵을 선택했습니다. 누구에게도 말을 걸지도, 대답하지도 않았습니다. 몇 해가 지난 어느 여름날, 그는 또다시 그곳을 떠나 처음의 집으로 가게 됩니다. 아이에게 그 집의 어른들은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라 불리는 존재였지만, 그럼에도 어느 누구도 그를 온전히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유치원에 갈 무렵이 되어서야, 아이는 ‘아버지’라는 사람을 처음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새로운 집에서의 생활은 2년이 채 되지 않아 끝이 났고, 다시 바닷가 작은 집으로 돌아가야 했습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때부터 아이는 더욱 굳게 입을 다물었습니다.
또 1년이 흘렀습니다.
보리밭 사이를 홀로 걷던 어느 날, 아버지는 어머니와 동생을 데리고 다시 아이를 데리러 왔습니다. 그러나 ‘밖에서 낳은 자식’이라는 낙인은 그 어디에서도 그를 편히 머물게 하지 않았습니다. 어른들은 그저 ‘숫기 없는 아이’라며 핀잔만 주었고, 어느 누구도 아이의 이유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소년은 말을 하기가 두려웠습니다. 또다시 바닷가 작은 집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아니 또다시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불안 때문이었죠. 어느 누구도 그 두려운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던 겁니다. 결국 차갑고 따가운 시선 속에서, 한 가지 나쁜 결심을 하게 되죠. 하지만 그 결과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는 알지 못했답니다.
“다시는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을 거야!”
그 아이는 더 이상 말을 하고 싶지 않아, 자신의 혀를 깨물어버렸습니다.
다행히 상처는 깊지 않았지만, 아이는 얼마 동안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마음속에는 깊은 증오와 분노의 틈새로, 언젠가 혼자서라도 ‘나답게’ 살아보겠다는 각오가 조금씩 움트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여전히 말을 아꼈지만, 스스로의 존재를 드러내야 할 순간마다 조금씩 입술을 열었습니다. 모두가 ‘말 못 하는 아이’라 손가락질할 때에도, 그는 오직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며 묵묵히 버텼습니다.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 노력은 점점 그를 똑똑하고 단단하게 만들었고, 어느새 ‘독종’이라 불릴 만큼 강한 의지의 소년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죠. 그렇게 그는 서서히 받아들여졌고, 비록 서툴지만 세상과도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자신보다 더 깊고 지독한 고통을 안고도 항상 웃는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소아마비와 뇌성마비를 가지고 태어난 친구들이었죠. 그들은 소년에게 먼저 다가와 기꺼이 마음을 열어주었고, 그들의 미소와 다정함은 소년의 닫힌 입을 열게 했습니다.
그 순간, 소년은 깨달았습니다.
타인의 상처와 용기는 내 안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친구의 상처를 통해서 자신이 치유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어두운 시절, 소년은 “왜 하필 나인가”라는 질문을 되뇌며 세상으로부터 받은 것은 오직 배신감뿐이었습니다. 어느 누구도 진정한 친구로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외로울 때는 해와 달과 별이 벗이 되어주었고, 우울할 땐 바람이 속삭이며 말을 걸어주었으며, 슬플 때는 하늘이 함께 눈물을 흘려주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조금씩 철이 들면서 알게 됩니다. 고통을 홀로 껴안고 있을 때 세상은 마치 자신을 피해 가는 것처럼 느껴졌지만, 그 순간 자신을 위로하고 따뜻하게 품어준 것도 바로 세상이었음을.
소년은 자라서 청년이 되고, 이제는 어른이 되어 늙어가고 있습니다.
이제 그는 또 다른 누군가가 ‘나다운 삶’을 찾고자 할 때,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상처를 드러냅니다. 그리고 그들이 손을 뿌리치더라도 따뜻하게 감싸며 ‘나답게’ 살아가라고 전합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어떤 상처는 넘어지며 생긴 긁힘처럼 금세 아물지만, 어떤 상처는 영혼의 깊은 곳에 닿아 평생 지워지지 않는 흉터로 남습니다.
여러분은 작가의 ‘숨기고 싶은 삶의 흔적’을 본 것이 아닙니다. 그저 한 사람의 ‘흉터’를 보신 겁니다.
작가는 믿습니다.
그 흉터는 이미 과거의 흔적이지만, 여전히 누군가의 내면을 비출 수 있는 빛으로 남아 있다는 것을.
그래서 이 글을 통해, 여전히 마음의 상처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세 가지 선물을 전하고자 합니다.
바로 희망의 지도와 연결의 끈, 그리고 성장의 씨앗입니다.
상처를 극복한 사람의 이야기는 절망 속에서도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보여주는 희망의 지도가 되어준답니다. 또한 그것은 “나만 아픈 게 아니구나”라는 깨달음을 주어, 고립을 깨는 연결의 끈이 되어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픔을 새로운 의미로 바라보게 만드는 성장의 씨앗이 된답니다.
저는 이제 확신합니다. 우리가 얻는 상처는 결코 끝이 아니라, 다시 시작하기 위한 이정표라는 것을. 친구들의 동행과 우정을 통해 내 안의 힘을 믿기 시작한 그 순간부터, 치유는 이미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자신의 삶을 태워서 먹물을 만들고, 기억을 끄집어내어 백지를 만든 후 감사와 기쁨으로 글무리를 써내려 갑니다.
누군가 상처로 인해 주저앉아 있다면, 이제는 ‘나답게’ 일어나시길 진심으로 기도합니다.